▲ 김기남

강원도의회 의장
몇 해 전 국내 개봉한 일본영화 중 재일동포들의 애환을 담은 ‘박치기’란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 일본 여배우가 검정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되었다. 특히, 주제곡 OST인 ‘임진강’은 남북분단의 아픔을 노래해 재일동포들 사이에 아리랑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불려지는 노래라 한다.

임진강은 지리적으로 북강원도 법동군 용포리로부터 DMZ, 38선을 굽이 돌아 한강과 합류하는 254㎞의 물길로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기도 하다. 남북분단은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이며 한국전쟁 후 더욱 고착화되어 접경지역이라는 겨레의 상처를 남겼다.

접경지역은 우리도를 비롯 경기, 인천과 더불어 총면적 8,097㎢로 강원도는 이 중 64.1%인 5,186㎢이며, 그 중 79%가 미개발지역으로 남아 있다.그간 도내 접경지역거주 주민들은 군사시설보호구역, 자연환경 보전지역 등의 이중 삼중의 규제로 인해 공장이나 주택, 상가의 건축, 도로개설 등 실생활의 불편과 경제활동상에 많은 제약을 받아 왔다.

2000년 1월 접경지역지원법이 제정 공포되었으나, 실제 제구실을 하지못한 관계로, 지난 10년간 수십차례에 걸쳐 개정 및 보완을 거듭해 왔지만 접경지역 현장에서 효력을 발휘하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강원도의회 또한 2010년 7월 제8대 도의회 개원과 동시에 접경지역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접경지역 관련 각종 규제법령 완화방안 강구, 특수상황지역 개발사업 추진 및 접경지역 시도 및 관련 군부대 등과의 공조추진 등 접경지역 발전해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 온 바 있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제3차 행정안정위원회에서 접경지역지원법특별법 격상을 위한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이 통과되었다. 내심 기대반 우려반 속에 막상 실내용을 들여다 보니 한마디로 빛좋은 개살구라 아니 할 수 없다.

가장 이슈화되고 초점이 맞추어진 것은 접경지역이 각종 중복규제로 개발사업이 곤란하므로 국토기본법, 수도권정비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등과의 관계에서 상위 개념이 필요시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제외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접경지역의 발전을 위한 지원에 관한 사항으로 도출신을 비롯한 여야의원들이 남북협력기금이나 개별법에 의한 기금사용을 주장하였으나 재원확보방안은 결국, 행안부가 제출한 법안으로, 지방교부세법에 따른 지방교부세 특별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정리되어 특별법 격상의 의미를 무색케 하고 있다.

나아가 강원도와 지역정치권이 접경지역사업 추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법률안에 지자체 사업비에 대한 국비보조금을 80%이상으로 의무지원 명시를 주문했지만 기존처럼 각각의 개별사업에 적용하는 보조율을 유지토록 되어 발전·보완된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간 철원, 고성 등 도내 접경지역거주 주민들은, 남북대치와 국가안보라는 현실 앞에서 지난 세월 동안 경제적인 면이나 생활적인 면에서는 물론 재산권 제약 등 갖은 고통과 불이익을 감내해 왔다.

정치권에서 이러한 전후사정을 감안한다면, 2000년 접경지역지원법과 2011년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의 차이가 무엇인지, 옷만 갈아입는다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반문하고 싶다.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인접 시·도와의 연계공조와 지역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정치권이 합심해 법안제정 본연의 취지와 목적을 관철시켜야 한다.

이번 기회에 실질적으로 주민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되어야 한다. 글자 몇자만을 바꾼 유명무실한 특별법이 아닌 빛깔도 좋고 열매도 실한 ‘빛 좋은 참살구’같은 법제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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