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규

도의원
이 땅에 전쟁이 끝난지 이미 반세기가 지났지만 강원도와 경기도, 인천 도서지역 주민들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고통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지역의 주민들은 비무장지대이거나 한강하구, 서해지역을 접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난 1953년 정전이후 수많은 고통과 불편을 감내해 오고 있다. 지역발전에 앞서 안보를 최우선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민통선, 접경지역 주민들은 국가와 후방의 국민들을 위해 일종의 안보재해를 강요받아왔고 그 중 가장 심각한 재해가 지뢰피해이다. 지뢰피해 조사 및 구원활동을 하고 있는 평화나눔회 자료에 의하면 현재 남한지역 내에 지뢰 살포면적은 112㎢에 이르고, 1950년 한국전쟁부터 매설된 지뢰의 수는 100만발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지뢰가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인접지역에 매설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남한지역 내에 매설되어 있는 엄청난 수량의 지뢰로 인해 그 피해는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는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이 민통선 안에서의 출입 영농이나 여름철 장마에 의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으로부터 떠내려 온 지뢰에 피해를 입는 사례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더욱이 도에서 2006년 한국 대인지뢰대책회의에 의뢰해 민통선을 포함한 접경지역에 대한 지뢰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접경지역의 경우 전체주민의 3.4%가 지뢰피해자로 밝혀져 그 충격을 더해 주고있다. 그러나 지뢰사고로 사망하거나 상이(像痍)를 입은 경우 사고 당시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배상 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경우가 많고,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은 경우에도 그 정도가 충분하지 않아 지뢰사고 피해자들은 기본적인 생계유지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영농을 위해 민통선에 출입하는 대다수 지뢰피해자들은 ‘민통선 출입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을 진다’는 비자발적인 방법에 의한 각서에 서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인 지뢰피해자에 대한 책임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에 있으나 그동안 정부는 국가안보를 내세워 외면하고, 국제사회에는 피해실태를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지난 1993년부터 현재까지 분쟁중인 다른 국가의 피해자 지원 및 지뢰제거를 위해 UN신탁기금 40여억원을 지원하는 등 제3세계의 지뢰피해자 대외원조를 꾸준히 해오고 있어, 국내 지뢰피해자들의 불신과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동안 지뢰피해지역 주민과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등에서는 지원대책과 제도개선을 위한 법적근거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 17대 국회에서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두차례 의원입법으로 발의됐으나 심의도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제18대 국회에서도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제정안이 의원 입법발의됐으나 지금까지 상임위원회 심사조차 하지않고 있는 등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정부는 철저하게 소외당하고, 불안속에서 살아온 지뢰피해자와 지뢰피해지역 주민들이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조속히 지뢰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 국가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법률 제정 이전이라도 지뢰피해자와 지뢰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지원대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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