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원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장
오대산하면 떠오르는 길이 있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시작하여 경내로 이어지는 바로 전나무숲길이다. 전나무와 소나무만이 푸르름을 지키던 겨울을 지나 이제야 산에 봄빛이 돌아 온산을 녹색으로 뒤덮고 있는 이즈음 오대산국립공원에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했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계곡과 함께 숲속 오솔길을 통해 잇는 오대산 고유의 옛길이 전 구간 복원되어 “천년의 숲 옛길 따라 걷기”행사를 통해 일반 탐방객들에게 처음 공개되었다. 그 옛날 오대산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스님들이 부처님의 향기를 찾아 오르던 길이라 하여 ‘천년의 길’이라 불리기도 했던 옛길은 1㎞ 가량의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지나 시작하는 8.6㎞ 구간 중 작년에 조성한 5.2㎞에 이어 올해 나머지 3.4㎞를 마무리 짓고 다시금 새롭게 열리게 된 것이다.

부처님의 지혜를 찾기 위해 걷던 작은 오솔길에서 일제시대에는 벌목한 나무를 나르는 협괘레일이 지나갔던 길로 그 뒤로 60년대 말까지 오대산 자락 인근에서 살던 화전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이어주던 길을 끝으로 일부 나이든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던 그 길을 다시 찾게 된 것은 그 나름의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에 오대산국립공원에서는 옛길을 복원하면서 그 속에 함께 했던 역사, 문화와 생태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해설판을 설치하고 과거 화전민이 살던 터를 복원하였다. 또한 탐방객들의 편의를 위한 쉼터를 만들어 여유롭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주변 돌을 이용하여 아이들도 안전하게 계곡을 넘을 수 있도록 만든 큼지막한 돌다리와 흙과 나무를 이용해 만든 섶다리를 지나갈 때면 옛 정취에 흠뻑 젖어들 것이다. 호젓한 숲길을 따라 펼쳐지는 계곡과 숲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풍광은 오대산만의 깊은 내음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묘미이다.

어슴푸레하게 흔적만 남아 있던 숲길을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여 복원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다. 오랜 세월 인간이 닦아 놓은 길을 그 짧은 순간에 다시 자신의 품으로 안아버리는 자연의 힘은 역시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자연의 힘을 배척하지 않고 인간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또한 보전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리라. 과거 선조들이 걸었던 옛길을 원형그대로 복원하는 데 걸린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흘린 우리 오대산국립공원 전 직원들의 땀은 그간의 역사에 새로운 역사로 더해져 그 길에 새겨질 것이다.

이제는 그 길이 좀 더 자연과 어우러지고 많은 사람들이 옛 역사와 문화, 자연생태를 체험하며 도심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깨워줄 수 있도록 다듬고 보전해가야 할 것이다.

이번 옛길 탐방로 조성을 통해 정상 정복을 지향하는 탐방객을 저지대로 분산 유도하여 공원탐방문화가 저지대 정서적 탐방문화로 변화하여 정착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푸르름 가득한 5월 오대산국립공원을 찾는 많은 탐방객들에게 시원한 계곡물 소리와 함께 숲속을 넘나드는 바람소리, 청량한 새소리가 어우러진 대자연의 향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옛길을 거닐며, 정상을 향한 마음의 짐을 잠시 덜어놓는 여유를 느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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