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기

수필가
삭막했던 산야에 연초록 풀잎들이 파란 그림을 그린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물씬물씬 풍겨온다.

가정의 달 5월, 아름다운 날들이 많았다. 그 중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었다.

부부관계의 소홀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로 제정되었다는 부부의 날, 참으로 고귀한 날이라고 생각을 해 본다. 누가 만든 날인지는 몰라도 우리 인간사에 이보다 더 소중한 날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사람들이 이날을 얼마나 기억하고 지냈는지 모르겠다.

부부는 하느님이 맺어준다고 하여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한쌍의 부부가 되어 한 가정을 이루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만 해 봐도 사랑이 샘솟고, 가슴이 콩콩 뛴다.

부부 사이는 얼마나 가까우면 ‘일심동체(一心同體)’라 하여 촌수도 없고, 평생을 같이 할 친구이자 보호자다. 보기만 해도 즐겁고, 함께 있기만 해도 행복이 넘치는 영원한 동반자가 아니던가!

그러나 대부분 부부들이 그저 사는 데만 급급하다보니 부부의 따뜻한 정 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실들이 안타깝게 생각될 때가 있다.

때로는 쓸데없는 자존심과 사소한 의견 차이로 이혼까지 하는 가정도 있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열심히 살아가는 가정에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군가 부부는 ‘가위’라 했다. 하나인 듯 둘이고, 둘인 듯 하나인 삶. 이러한 삶들을 얼마나 인내하며 사랑으로 보듬어 왔는지, 서로가 자기 생각대로 상대를 분재처럼 만들려는 과욕은 없었는지, 지나간 부부의 날에는 카네이션 한 송이 주고받으며, 따끈한 차 한잔을 나누어 보았는지…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은 그 아들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이고, 어머니가 딸에게 전해 줄 ‘가장 좋은 선물’은 그 딸의 아버지를 존경하는 것이라 했다.

그동안 서로가 감사함을 얼마나 느끼며 살아왔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 할 때 따뜻한 손 한번 잡아 준 적이 있는지.

반면에 능력과 재력으로 군림하는 남자가 아니라 당신의 가장 든든한 쉼터에 한 그루 나무가 되겠다는 남편, 당신이 일터에서 돌아오면 피곤한 육체와 영혼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향내 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다는 아내, 이러한 부부가 되겠다는 아름다운 맹세도 해 보았는지…

부부 사이에 틈이 생기면 정이 뜨고, 사랑도 도망가는 법. 부부는 오직 신뢰의 텃밭에서 정이 자라고 사랑의 꽃이 활짝 피어 행복의 열매를 수확 할 수 있다.

부부의 날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면서 부부 간에 소홀함이 생길 수 없도록 젖은 낙엽처럼, 강력한 딱풀처럼 안기고 안으며 화목한 가정을 만들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다.

필자도 부부의 날에 소중한 아내에게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 한 통을 선물했다. 부부가 평생 잊지 말고 살아가야 할 사랑의 밧줄은 미운 정 고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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