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수

한국은행 강원본부 기획조사부장
지난 8월 6일 재정불안에 따른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세계경제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는 확장-후퇴-수축-회복 과정을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변동한다. 이를 경기순환이라고 한다. 경기저점에서 고점까지의 구간은 경기 상승국면, 고점에서 저점까지의 구간은 경기 하강국면이다. 더블딥(double dip)은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는 것이라면 소프트패치(soft patch)는 완만하게 하락하는 연착륙으로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는 플러스성장률을 유지하는 상황을 뜻한다.

작금의 세계경제가 더블딥이냐 소프트패치냐로 논쟁이 불붙고 있다. 우리는 더블딥에 대비해야 한다. 세계경제의 더블딥이 현실화될 경우 1937년 대공황 사례에 비유될 정도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당장 국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8년 9월 리먼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세계경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리스크에 여러 차례 노출된 한국경제는 이제 웬만한 위기에는 버틸만한 맷집이 생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리먼사태 당시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외화유동성도 양호한 상황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어 금리가 하락하는 등 우리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신뢰가 지속되고 있다. 거기에다 G20 서울정상회의 성공개최를 계기로 국제적인 공조체제가 구축된 것도 안전망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흐름은 강원지역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회복기에 접어든 강원경제에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된다. 하지만 강원지역은 대외의존도가 낮은 내수의존형 생산구조다. 거시적으로는 대외충격에 덜 민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경제는 전국대비 수출입비중이 총생산비중(2.6%)에 크게 미달하는 0.3%에 불과하고 산업연관효과 분석결과 역내 자급률이 60.3%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하락폭이 전국보다 작게 나타난 것도 이러한 경제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미시적으로 보면 이번 사태로 지역 수출기업의 타격은 일부 불가피하다. 특히 대미 수출비중이 21.4%(2010년 기준)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품목도 대부분 자동차부품이어서 제조업생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1차 수출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업체와 내수기업에 이르기까지 2, 3차에 걸쳐 연쇄적 파급효과가 미칠 것이다.

이제 우리 강원지역도 글로벌 환경에 좀 더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될 때이다. 우선 수출기업은 경쟁력 제고를 통해 체질을 더욱 강화하고 수출시장 다변화에 노력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등 3개국 수출비중이 47.1%(2010년 기준)로 5년전에 비해 14.2%p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국평균(41.8%)에 비해서는 높은 실정이다. 또한 대외충격시 수반되는 환율변동성에 기업 스스로의 위기대응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가 국가재정 불안에서 기인한 것인 만큼 재정건전성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강원지역은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아 지원금 규모가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벌써 내년 예산을 재점검하는 분위기이다. 강원도는 2018 동계올림픽과 관련하여 많은 재정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중앙정부의 협조가 매우 긴요할 때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강원경제가 더블딥에도 개의치 않고 활활 타올라 여기서 세원확충 등을 통해 자립기반을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나 작금의 세계경제 악영향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SOC 건설 등 지역투자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미리 대응책을 세울 필요가 있겠다.

모쪼록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지지 않고 소프트패치에 그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강원도민들이 대외충격 요인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할 수 있도록 강원경제의 체질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번 쇼크가 이른시일 내에 소프트해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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