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참 오랜 시간이다, 연기자의 길을 걸어 온 지도.

1982년 MBC 공채 15기로 이 길에 발을 디뎠으니 올해로 만 20년.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단역조차 없어 방황하던 시절이며, '한지붕 세가족'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설레던 때, 'LA 아리랑'으로 본격적인 코믹 연기에 빠졌을 때, 그리고 지금.

많은 화제를 뿌리며 지난 달 28일 종영한 MBC 주말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에서 '물처럼 흐르는 삶'을 추구했던 봉두철 역의 탤런트 이영범씨(41·평창)에게 2002년은 남다르다.

올해는 그에게 있어 연기 인생의 청년기가 시작되는 해.

인생의 청년기를 어떻게 지냈느냐가 한 사람의 장·노년기 삶을 지배하듯 연기자로서의 삶도 청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이미 '오래전에 익은 벼'인지도 모른다. 겸손의 미덕을 삶과 연기 두 곳 모두에서 실천하는 그런. 그래서인지 입사 동기는 물론 선·후배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지금도 가장 잘 뭉친다는 평과 함께 '군기반'으로 통하는 그의 동기들도 이제는 굵직한 중견 연기자들로 성장했다. 조형기, 박찬환, 정성모, 맹상훈, 서갑숙, 차주옥, 이동신 등이 그들이다. 다른 기수들과는 달리 비교적 늦게 빛을 본 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친형제 이상으로 가깝다.

'여우와 솜사탕'이 끝나고 채 호흡을 고를 사이도 없이 이달 방송 예정인 KBS 미니시리즈 '거침없는 사랑' 촬영에 한창이다. 사랑에 관한 백서를 그리게 될 이 드라마에서 그는 사업에 실패하지만 다시 도전하는 의지를 지닌 인물인 박태만 역을 맡았다. 파도처럼 이어지는 촬영 때문인지 후두염으로 고생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는 없다.

연기의 뿌리는 1980년 강원대 극예술연구회 영그리(12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했던 동토의 시간들이 그를 '외유내강형' 연기자로 만들었다. 내면에서 연기를 피워내야 진정한 연기라는 것을 체득한 시간들로 뇌리에 남아있다.

"강원도민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성실하게 연기와 삶을 대하고 있습니다. 도민들이 저를 성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좋은 연기자로 영원히 기억되도록 살겠습니다."

현재 강원대 동창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케이블 TV MBC ESPN에서 골프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 동반자 개그우먼 노유정씨와 1남 1녀를 둔 행복한 가장이기도 하다.

서울/崔正容 wesper@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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