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보면 희안한 신조어들이 많다. 그때그때 문화를 반영하는 말이려니 이해하려 해도 가끔은 거슬리는 말이 있다. 그러나 너무나 적절해서 감탄하게 만든 신조어들도 있으니 최근 유행하는 ‘딸 바보’가 바로 그 경우이다. 왜 딸을 예뻐하는 아빠를 딸바보로 표현했을까? 의구심을 가져보지만 우리집 경우를 떠올려 보면 너무나 적절해서 감탄을 하게 한다. 딸을 흐뭇해 하는 내 남편의 그윽한 얼굴은 바보의 얼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하트를 날리며 문자를 주고받는 관계, 코맹맹이 소리로 부탁하면 만사 제치고 해결해 주는 관계, 딸의 인터넷 비번이 ‘아빠사랑’임을 알고 입가에 미소가 그치지 않는 관계…정말 좋아서 죽겠을 정도니 바보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 내 남편이요 현대판 아빠들이다.

책 ‘바보 ZONE’ 저자 차동엽 신부님은 바보를 예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즉 바보는 지탄의 언어가 아니라 오히려 들어서 기분 좋은 말이라는 것이다. 일단 바보 하면 그려지는 느낌들이 해맑고 천진하다. 계산이 없기에 받는 사랑보다는 주는 사랑에 익숙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무조건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자화상에 붙여진 이름이‘ 바보야’인 것도 ‘딸바보’라는 닉네임과 무관하지 않다. 무한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바보가 된다는 말일테니. 결국 딸바보란 말은 하늘 아래 둘도 없는 지고지순의 맹목적 사랑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할지도 모른다. 딸바보 사랑을 아빠한테 받고 자란 이 땅의 딸들이 이 다음에 남편이 주는 사랑을 만족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스치는 까닭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믿는다. 사랑의 힘은 강할 뿐 그렇게 무분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마도 딸 바보 아빠의 딸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한 여성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사랑을 많이 받아서 남을 품을 줄 아는 그릇도 클 것이다. 살면서 힘들 때마다 넘치는 아빠 사랑을 하나씩 꺼내보면서 큰 위로를 받을 것이다. 노자(老子)의 말대로 이해관계 없이 베푸는 사랑을 즐기는 바보들은 땅위에서 가장 행복한 자일지도 모른다. 순수한 바보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꿈꿔 본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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