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화의 대부분 화면에서는 살인과 욕이 난무한다. 그리고 잔인하다. ‘추격자’ ‘아저씨’ ‘황해’ 그리고 요즘 영화 ‘최종병기 활’과 ‘블라인드’ 등 관중을 많이 모으는 영화일수록 더욱 그렇다. 코믹, 순정, 스릴러영화 등 장르에 상관 없이 욕은 등장한다. 영화 ‘친구’를 보면서 뭐 이렇게 욕이 많은 영화가 있느냐며 충격을 받았었는데 친구 개봉 이래 10년이 지난 지금 영화 속 그 정도 욕은 그냥 평범한 정도가 되었다. 영상매체 속 욕을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청소년의 욕설과 비속어 막말 사용의 주요 원천은 인터넷과 영상매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생리적 욕구가 해결되면 그 다음으로 생기는 욕구는 무엇일까? 인간의 욕구를 7단계로 설명한 매슬로우(Maslow)는 소속 및 사랑의 욕구가 바로 다음단계의 욕구라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청소년이 되면 어딘가에 결속되어 있다는 소속과 남으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는 동기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가치관 규범 행동양식 등 공유하는 문화를 통해 사회화를 배운다. 아마도 서로 통하는 언어는 소속감과 연대감을 높여주고 결속력을 다지는데 좋은 매개가 될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그 또래가 쓰는 말이라면 좋고 나쁘다는 평가를 내리기 전에 무분별하게 배우고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청소년의 73.4%가 매일 욕설을 사용한다. 반면 욕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청소년은 단 5.4%에 불과하다. 욕과 더불어 살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월 여성가족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 및 건전화 방안’에 나오는 통계치이다. ‘눈을 경계하여 남의 잘못됨을 보지 말고 입을 경계하여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고 마음을 경계하여 탐욕을 꾸짖으라’고 명심보감은 전하는데 이 시대는 어쩌다가 이렇게 비방과 욕이 흔해졌는지 난감하다. 어른들이 합심하여 언어환경을 바꾸겠다는 의지와 실천력을 발휘할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보는 아이들이 모두 내 아이들이라는 전제 아래 관계자들의 자정적 노력이 절실하다. 그냥 내버려 두기에는 아이들의 욕설 사용 수위가 너무 올 데까지 왔다는 것이 어른들의 생각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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