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상황이 역사를 바꾼다’는 말이 있다. 세상이 너무 구태의연하게 돌아갈 때 뭔가 새로운 전환점이 없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떠올려 보기에는 제격인 말이지만 현실감이 없어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적합한 상황이 최근 일어났다. 안철수 씨가 큰 돌발상황이 되어 기득 정치세력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일회성으로 지나치는 바람은 아닌 듯하니 각 매체들도 안철수 신드롬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하긴 4년째 지속돼 온 ‘박근혜 대세론’의 지지율을 넘나드는 돌풍이니 그럴 만도 하다.

힐러리가 2008년 미국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그녀는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선두였다. 민주당 대표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오바마를 비롯한 당내 경쟁자를 이겨야 했지만 힐러리 자신은 염려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지세력이 월등했고 정치경력도 탁월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민주당 토론대회에서 경선자들의 집중공격을 받으면서 힐러리는 좌초하기 시작했고 오바마는 그 틈새를 기회로 만들었다. 순수한 열정으로 더 좋은 미국을 만들겠다는 젊은 오바마에게 사람들은 열광했다. 오바마가 대선 출마를 천명하기 전에 많은 시민들이 그를 대선후보로 지지하는 인터넷 서명운동을 벌일 정도였다. 새로운 변화를 희망하는 미국인들의 열망이 오바마가 힐러리를 이기게 한 원동력이다. 책 ‘힐러리 파워’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안철수 씨 등장에 국민들이 거는 기대는 그가 기존 정치인들의 호적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 그것 때문이다. 강력한 라이벌이 있으면 경쟁자 서로는 이기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하기 마련이다. 공병호 씨는‘ 인간의 숨은 재능은 경쟁압력이 존재할 때 하나 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그동안 중요한 현안에도 신념에 가까운 침묵으로 일관하던 박근혜 캠프의 행보도 달라질 것이 기대된다.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되지 않으려면 변화의 요구가 감지되었을 때 발빠르게 전환하여 올인하는 것이 최선이다.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 정치가들에게 변화와 발전을 위한 터닝포인트가 바로 지금이라는 교훈을 주는 사건이다. 독주를 견제하는 정적으로의 존재감에 갈채를 보낸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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