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사망원인 선두인 암과 심장병 그리고 뇌졸중 중에서 만약 스스로의 병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병을 고르겠냐고 한 의사에게 물었다. 그 의사는 암을 선택했다. 암은 갑자기 찾아와 아무 대비없이 맞이하는 심장병이나 뇌졸중에 비해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 선택의 이유였다. 주변인들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교감을 나눌 수도 있고 자신 또한 삶을 돌아볼 수 있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생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니 충분히 공감가는 선택이다.

죽음에 대한 준비는 자기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남은 사람들에 대한 극진한 배려이다. 또한 인간적 존엄을 지키며 품위있게 죽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가족 또는 의미있는 사람과 나누지 못했던 것을 나누는 것, 주변정리가 마무리된 것을 웰 다잉이라 정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그렇게 이성적이지 못하다. 사실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말 생자필멸(生者必滅)처럼 사람은 태어나면서 죽음이라는 운명을 함께 부여받지만 죽음을 의식하면서 사는 사람은 그다지 흔하지 않기에 하는 소리이다. 말기암에 걸린 사람들조차도 마지막까지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일례로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서울대병원의 암 사망환자 172명을 조사한 결과 환자 본인이 불필요한 연명 시술을 거부한다는 사전의사결정서를 작성한 경우는 1%에 불과했다.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니 그에 대한 준비가 있을리 만무이다. 죽음에 대한 혐오는 제대로 살지 못한 사람은 더 잘살아 볼 것을 하는 후회감에, 잘 살아온 사람은 성공한 이승의 끈을 놓기가 아쉬워서 생기는 감정 때문이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생각인 것이다.

환자 본인보다는 가족에 의해서 행해지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말기 암 환자들 사이에서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결정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은 환자 자신이 원치 않을 경우 죽음의 순간에 기계적 호흡이나 심폐 소생술 등을 시행하지 않도록 하는 법률이 정해져 있다. 웰다잉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국가적 차원에서 공론화 될 필요가 있는 시점이 되었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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