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규 강원대 교수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립대학선진화 추진방안으로 국립대학을 평가하여 “구조개혁중점추진 국립대학”으로 강원대학교와 강릉원주대학교를 선정하였다. 교과부는 이들 대학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컨설팅을 하여 총장직선제 폐지 및 학장·학과장 공모제 도입, 유사학과 및 대학간 통폐합 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대학의 본질적 역할은 연구, 교육, 봉사이다. 따라서 대학의 평가항목은 여기에 근거하여 정해져야 한다. 이번 평가는 교육분야만을 중심으로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국제화,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 장학금 지급률, 학생 1인당 교육비, 등록금 인상수준, 대입전형방법 등 표면적인 평가지표로 이루어졌다. 특히, 평가비중의 40%를 충원율과 취업률로 채워져 있어 산업기반과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강원도는 불리한 상황에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취업률과 충원율은 중앙정부에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그것을 대학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정부정책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대학의 목적은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감독기관인 교과부의 인식은 다르다. 대학평가를 충원율과 취업률에 많은 비중을 두는 모순을 범하였다. 지금까지 국립대학들은 학사 및 인사관리, 재정, 학과 개설, 교육과정, 심지어 연구방향까지 정부가 관리·감독을 하였고, 국립대학은 정부의 뜻에 따라 운영하여 왔다. 그런데 이제 의도된 평가 잣대로 부실판정을 내렸으니 대학이 부실인가 정부의 부실인가.

지방거점 국립대학은 학문·사회·문화 등의 분야에서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발전의 동력이 되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방대학들은 설립목적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다. 교과부는 이러한 지방국립대학의 목적과 역할을 경시하고 시장논리에 의한 몇몇 평가지표 잣대로 대학에 부실대학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주었다.

교과부의 1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법인화이다. 이어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은 총장직선제, 학장·학과장 공모제이다. 미국식 평가모델을 도입하려면 미국식의 인프라와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책이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정부는 투입요소는 외면하고 오로지 결과지표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무모함을 보이고 있다. OECD교육지표에 따르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부담은 OECD평균이 GDP대비 1.0%이지만 우리나라는 0.6%에 불과하다.

대학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필자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구로 설립되어야하고 위원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져야한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기구가 아니라면 대학학문의 자율성을 파괴할 수 있고, 위헌성의 소지도 있다. 평가지표는 대학구성원 누구나 동의할 수 있게 만들어 구조조정의 정당성을 찾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대학인들이 동의하지 않는 평가지표는 불신, 갈등 등 심각한 후유증만 초래할 것이다. 교과부는 대학구조조정 이전에 교과부의 존재이유와 교육철학에 대한 자기점검이 있어야 한다.

금번 교과부의 작위적인 평가지표로 불명예를 안게 된 대학은 외부평가 이전에 시대의 변화와 지역사회의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해 왔는지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전반적인 대학경영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자기점검이 필요하다. 지역대학의 문제는 비단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치적인 힘이 가장 약한 지역의 대학들이 이번 평가에서 유탄을 맞았다는 항간의 소문들은 사실여부를 떠나 이 지역 주민들에게 좌절과 낙담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이제는 억울함에 하소연하기보다는 지역발전의 견인기구인 대학과 지역사회는 한 몸이 되어 현안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여, 모든 구성원들이 뼈를 깎는 각고면려의 자세로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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