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브론테의 시 ‘인생’에는 ‘때로는 먹구름이 끼지만 머지않아 지나가버립니다’라는 싯귀가 나온다. 슬픈 것도 기쁜 것도 그다지 오래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니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충고일 터인데 그게 쉽지 않은 것이 우리 인간들이다. 특히나 어려운 일이 닥치면 타인의 입장에서는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쉽게 하지만 막상 시련을 당한 당사자에게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이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공자는 위기에 처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꼭 명심해야 할 말로 ‘견위수명(見危授命)’을 강조한다.내가 속한 조직에 위기가 다가온다면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오로지 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목숨을 다할 량으로 뛰어들어 조직을 구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실천해야하는 것이 옳은 태도라는 말이다. 책 ‘3분 고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난세의 와중에는 조직의 흥망은 곧 자기 자신의 정체성 존폐를 뜻하는 것이기에 정말 진심으로 조직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반면, 조직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이 기회를 자신의 이익의 전기로 삼을까에만 연연하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공자는 ‘군자는 의에 뜻을 두고 소인은 이익에 뜻을 둔다’고 말한다.결국 군자와 소인 중 어느 부류가 우세이냐가 조직 부활의 질을 결정한다.

위기를 맞은 조직의 구성원들과 리더들에게 선조들의 입을 빌려 잘될거라는 막연한 격려를 해 본다. 맹자는 사람들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어려움을 겪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어진마음 즉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도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라 하더러도 인간의 본성에는 덕성이 있다’라고 주장한다. 아마도 이 세상에는 소인보다는 군자가 더 많다는 소리일 것이다.작위적으로 확대해석을 하자면 견위수명을 실천할 수 있는 조직원이 그렇지 않은 조직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믿음과 소망이 틀리지 않다는 말일 것이다. 인간심리의 근원은 분리보다는 합일을, 그리고 정의와 공의를 원해 왔음을 오랫동안 경험해 왔기에 하는 말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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