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승

한국문인협회 백교문학회 회장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갈 때면 멀리 보이는 동해바다에 가슴이 확 트인다. 도시에서 찌든 심신이 맑은 하늘처럼 갠다. 이번 고향 길은 여러모로 뜻이 깊다. 국민의 염원이었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확정되었다. 그래서 강릉에 강원도의 기상을 높이고 세계가 함께 하는 동계올림픽이 문화올림픽으로 승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가는 길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고향에 대한 정도 깊어 가는 것 같다.

그래서 늘 애절하고 그리웠다. 이제는 돌아가셔서 고향 산천에 묻히신 부모님과 고향에 늘 죄스러움과 빚진 사람같은 부족함에 어머니를 기리는 사모정을 지어 강릉시에 헌정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친문학의 장을 열었다. 지난 7월 15일 수필의 날에 한국문인협회와 국제펜한국지부 전 현직 이사장을 비롯해 원로문인 등 400여명의 문인들이 산골의 작은 마을 핸다리의 사모정을 다녀갔다.

이 시골 마을에 이렇게 많은 문인들이 전국에서 찾아온 일은 전무후무한 사건일 것이다. 사친문학의 요람으로 자리매김 하고자 하는 나의 염원의 첫 단추를 낀 것 같은 기쁨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제 사모정은 여러 문인들의 가슴에 부모에 대한 그리움의 장소로 기억되고 또 널리 알려질 것이다.

세상사람 누구에게나 저마다 그리는 부모님이 있기 마련이다. 그 애달픔과 사랑을, 그리움을 문학으로 남겨 보고 싶었다. 세계적인 석학인 아놀드 토인비는 한국이 인류문화에 기여한 것은 효 사상이라 하였다. 그 효 사상을 더 고취시키고 계승하는 바람으로 사친문학상(백교문학상)도 만들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효친 사상은 이 고장의 자랑인 율곡과 사임당은 물론이고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백범의 일지에도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사람의 가장 근본인 효가 시대의 흐름속에서 점점 흐려져 가는 요즘이다. 자신만을 사랑하는 이기주의가 이제 가족이라는, 부모라는 의미를 점점 엷게 만들어가고 있다. 핵가족, 나홀로 가족, 한가정 가족이 늘어가는 요즘의 세태에 점점 초조해지는 건 나이가 들어서야 겨우 깨닫게 되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오죽헌의 윗동네 핸다리 마을 내 고향에 사모정이 있다. 동해의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곳. 경포대 밝은 달밤엔 달이 다섯 개가 뜨는 곳. 이곳 사모정을 품은 강릉시가 사친문학의 요람이 되었으면 한다. 동계올림픽이 문화 올림픽으로 승화되고 문향과 예향과 효향의 고장인 강릉이 세계의 사회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감당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느라 강릉시가 변화하고 있다. 도로를 정비하고 녹색의 도시로 거듭나려고 애쓰는 지금, 아주 작지만 한 사람의 염원으로 시작된 부모를 생각하는 효의 사상이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는 산천처럼 그렇게 짙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효와 예의 고장이요, 문향인 강릉에서 이제 효의 바람이 다시 한 번 기승하기를 바란다. 그 효가 강릉을 넘어 대한민국이 효의 요람이 되고 더 나아가 세계가 효의 한류바람으로 가득 찬다면 인본주의적 세계가 될 터이다.

얼어 죽은 어미의 가슴에서 살아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에 세상을 살아갈 작고 힘없는 생명이라도 그 가치를 깨닫게 되고, 죽어가는 어미를 살리기 위해 제 허벅지를 잘라 고아 드렸다는 효자의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에서도 공공연하게 들려졌으면 한다. 혼자만 알고 혼자만 살아가는 요즘 세대에게 사모정이, 강릉이, 우리나라가 인본주의를 일깨우고 가족주의를 되살리는 바탕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질끈 동여맨 무명치마의 내 어머니가 함지박을 이고 건너오던 핸다리가 바라보이는 곳 사모정. 내 어머니의 이야기만이 아닌 강릉의 무수한 어머니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세세토록 전해지길 빌어본다. 이곳이 사친문학의 요람이 되고 나아가 노벨문학상의 모태가 되어서 세계인의 가슴에 깊이 잠든 부모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지금 늙어가는 나를 닮아가던 고향 핸다리의 사모정 공원에 내일을 향한 푸른 태양이 떠오른다. 그 붉은 햇살을 따라 이제 막 태동하는 효친사상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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