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길거리 나무들이 장관이다. 산은 산대로 거리는 거리대로 곳곳이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 같으니 들어앉아 뭔가를 진득하게 할 수가 없다. 법정스님은 책 ‘무소유’에서 가을은 독서하기에 가장 부적당한 비독서지절(非讀書之節) 이라고 말한다. 높은 하늘아래 서성이기만 해도 핏줄에는 맑은 수액이 도는 계절에 지식과 정보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것은 가을에 대한 결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에는 반전이 숨어 있다. 즉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에서 틀린 것은 독서에 계절이 따로 존재한다는 말, 이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소리이다. 좋은 책 귀절들은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주고 그 생각거리는 스스로를 성찰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독서는 어디서고 늘 필요하다는 것이 스님의 주장이다.

페이스 북을 만들어 20대 최고부자가 된 마크 저커버그나 빌게이츠는 소문난 독서광이다. 얼핏 보면 그들이 해온 일이 인문학적 소양과 무관한 일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은 뭔가를 이루어내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고 큰 그림을 구상하고 실천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는 다양한 사고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들은 증명한다. 자연과학과 인문학 학문 간의 통섭을 주장하는 최재천 교수는 ‘살아보니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읽기이고 그 다음이 쓰기이다’라고 말한다. 실로 통합적 사고 함양에는 독서가 최고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난주 추도식을 치른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은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비유될 정도로 명연설로 꼽힌다. 그의 천재적 삶을 이야기하는 연설 내용이 감동적인데 그 중에서도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부분은 학교를 자퇴하고 할일이 없어 방황하다 우연히 서체에 관한 강의를 도강하였는데 그것이 훗날 매킨토시 컴퓨터를 다른 컴퓨터와 차별화시키는 것은 물론, 세계에 알리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음을 고백하는 대목이다. 자기 내면의 진솔한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에 대한 역량을 갖추어 놓으면 언제든 그것은 각자 삶의 귀중한 내공이 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내공쌓기에는 독서만한 것이 없으니 이 계절 양서 읽기를 권한다. 누가 뭐래도 가을은 책읽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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