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있었던 날,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오인혜’라는 여배우가 가슴의 주요부분만 살짝 가릴 정도의 심히 파진 주황색 드레스를 입은 사진이 인터넷에 떴다. 거의 상반신 누드에 가까운 이 여배우의 사진은 클릭수 톱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학력위조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가 지난 3월 자전적 에세이 ‘4001’이란 책을 출간하자 연일 매스컴의 화제가 되었다. 신정아는 전직 거물급 남성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치근거렸는지를 상세히 묘사했고, 각 언론들은 책의 자극적 부분만을 발췌해 인용하기에 분주하였다.

자기 몸을 세상에 노출시키는 대가로 배우 오인혜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 사람들의 관음증을 만족시키는 대가로 신정아는 책 판매를 올리는 상업적 이득을 취하였다. 의도적으로 ‘노이즈(소음)’를 조성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겨 상품의 판매증가로 연결시키는 판매 기법을 일명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말한다. ‘알려지지 않는 것보다는 오히려 악평과 악명이 낫다’는 노이즈 마케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한다.

상대 후보의 추문거리를 찾아내 시끄럽게 확대시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네커티브 선거전략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다. 이 마케팅이 비도덕적이지만 증가 추세에 있는 이유는, 사람을 설득시키는데는 ‘부정적 정보’가 긍정적 내용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부정성 효과이론’ 때문이다.이 이론은 선거에서 ‘이 사람은 이런 결점이 있어서 안돼’가 ‘이런 장점이 있어서 돼’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할 때 흔히 인용된다. 왜 후보자들이 네거티브전략에 목숨을 거는지를 설명해 주는 이론이기도 하다.

누가 서울시장 후보로 안 되는 후보인지 곧 판가름난다. 되는 후보가 누구인지 관심을 갖기보다는 안 되는 후보가 누구인지에 초점이 모아지는 이유는 두 후보 모두 서울시장으로서 누가 자격이 없는지만을 치열하게 주장했던 까닭이다. 네거티브는 선거 그 자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편적 흐름이다. 네거티브를 올바로 해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단순한 흑색선전인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안목말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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