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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칼럼] 레임덕도 몰라주는 야속한 대통령

송현주 2011년 10월 31일 월요일
   
▲ 송현주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레임덕이란 대통령 중임제인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새 대통령의 취임까지 3개월 동안 발생하는 국정 공백을 기우뚱 걷는 오리에 비유한 말인데,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와해되는 현상을 말한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레임덕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하원 임기와 대통령 임기가 4년 주기로 겹치고 선거도 동시에 치르는 미국의 경우 통상적으로 레임덕은 재선 대통령의 중간선거 이후, 즉 임기만료 2년을 앞두고 시작된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와 선거가 불일치하는 우리나라에서 레임덕은 총선 일정에 따라 레임덕이 시작되는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정치일정만을 놓고 보면 내년 총선을 전후로 본격화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일정에 없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고 또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참패함으로써 레임덕이 예상보다 6개월 정도 일찍 시작됐으니 임기가 단축된 것이나 다름없는 이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레임덕이 정치일정에 좌우되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대통령들의 사례에서 보듯 레임덕이 시작되는 시기는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사실 이대통령의 레임덕도 친인척과 최측근의 비리 의혹, 가장 중요한 치적이라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의 실패 등으로 이미 상당 수준 진행되어 있었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레임덕은 차기 선거 당선에 불안함을 느끼는 여당의 대선 주자들과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또한 고위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는 와중에 국정 혼란과 공백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레임덕은 최대한 늦게, 최소한의 범위로 통제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차원에서 그렇다는 말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은 레임덕의 시작을 내심 기다려왔을 것이다. 대통령의 권력과 의지가 작동하지 않을수록 국정이 더 잘 돌아간다고 생각한다면 레임덕을 국정 정상화의 긍정적 변화로 보는 것도 당연하다. 만약 레임덕으로 인한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치적 화합을 시도한다면 더더욱 환영받을 지도 모른다.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나 야당에서 심심찮게 제안했던 거국내각이나 대연정 등은 모두 레임덕을 전제로 한 정치적 타협안이었다.

현재까지 이명박 정부가 레임덕에 대처하는 방식은 무척 실망스럽다. 물론 레임덕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권력은 잡기보다 놓기가 더 힘들다고 하지 않은가. 그동안 이대통령과 권력실세들의 국정운영 방식을 볼 때, 레임덕의 시작에서 양보와 타협의 필요성을 느끼기보다는 권력을 추스르고 다잡아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못지않게 검찰과 국정원, 언론 등을 장악하고 있는 이대통령 입장에서는 레임덕을 겸허히 수용할 운명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위기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레임덕을 무시하거나 정면 돌파하려는 징후는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관찰되어 왔다. 친인척과 핵심 측근들의 연이은 비리의혹에도 이대통령은 침묵했고, 심지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한 의혹에도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 한마디 없었다. 반면 정부의 ‘도덕적 완벽성’을 강변하거나 폐쇄적인 측근 인사를 반복하고, 선거 패배 이후에도 숨 돌릴 틈 없이 한미 FTA를 종용하고 있다.

레임덕은 결국 쌓이고 쌓인 국정에 대한 불만이 선거를 계기로 분출되면서 촉발되는 것이다. 따라서 레임덕을 대하는 기본 태도는 반성이며, 반성은 꾸지람을 듣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선거 패배 직후 청와대는 민의를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고, 20~30대와 소통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의 수용과 소통 강화는 말뿐이고, 실제 청와대는 정책 기조를 변화시키기보다는 레임덕으로 인해 더 동력이 떨어지기 전에 기존 정책을 확정지으려 하고, 진정한 소통보다는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홍보를 강화하려고 한다. 레임덕까지 무시해버리는 야속한 대통령, 도대체 국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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