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오는 병 뇌졸중, 심근경색’이라는 말에서 ‘갑자기’라는 수식어는 어폐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병들도 발병 전 근육이 아프고 시야가 흐려지고 가슴통증이 심해지는 등 몇 가지 전조증세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런 전조신호에 얼마나 빠르게 대처하느냐가 생명유지의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한번의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 그와 유사한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그 작은 사고들 주변에는 300번의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는 것이 하인리히 법칙이다. 즉 큰 사고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경고성 조짐들 후에 일어난다는 것이니, 모든 일에는 사사로운 징후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장난감 계의 매출선두였던 레고 (LEGO)는 1990년대 들어서자 나날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컴퓨터 게임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맞게 된 폭풍이었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출산율저하까지 한몫 하면서 레고고객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레고는 불행의 징후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자 방향을 바꿨다. 컴퓨터 게임에 비해 레고가 가진 한계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과 고객층이 아이들이라는 사실에 착안, 움직이는 레고 로봇 ‘마인드스톰’을 출시했고 성인을 대상으로 한 ‘스타워즈’ 시리즈를 개발 성공했다. 책 ‘혼창통’에 나온 이야기로, 불행의 조짐을 가볍게 보지 않은 것으로 재기한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 ‘2040’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2040은 박원순 후보를 당선자로 만든 일등공신 세대, 미래 불안감이 너무 커 현 정치에 분노하는 세대, 신경써야 할 유권자로서 위치를 구축하면서 선거판의 흐름을 결정 짓는 세대, 트위터 SNS 등 다양한 소통수단을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당당히 드러내고 관철시킬 수 있는 세대, ‘의롭지 못한 채 부귀를 누림은 뜬구름과 같다’는 논어의 명언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를 뜻한다. 그러나 2040이 시사하는 진짜 핵심 메시지는 구태의연한 정치로는 대세의 승기를 잡을 수 없다라는 교훈이다. 2040이라는 경고성 징후들은 내년 대선에서도 진화된 모습으로 등장할 것은 자명하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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