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석용

횡성군수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걷기 열풍이 일면서 자치단체별로 걷는 길 조성사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히 길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없던 길을 만들기도 하고 넓고 편한 길을 만들기 위해 무분별한 인공의 힘을 가하기도 한다. 길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최근 관광의 흐름은 생태와 체험을 중심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 과거 리조트, 관광단지를 찾던 발길은 이제 잘 보존된 자연 생태계와 아름다운 경관을 찾고 있다. 녹색을 직접 몸으로 느끼며 건강과 여유를 챙긴다. 이러한 녹색 생태 관광의 사회적 현상에 따라 각 지역은 걷는 길을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특색있는 길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고 길을 매개로 지역에 생기가 돈다. 돈이 돈다. 이것이 길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사실 길의 본래 의미인 왕래하는 교통수단으로 보자면 횡성이 강하다. 역사를 돌아보면 조선시대 횡성 사람인 고형산은 강원도 관찰사로 재직하면서 대관령길을 만들었다.

올해 횡성은 횡성호수길, 에코 800길, 코스모스 꽃길을 만들었다. 아니, 찾았다.

원래 있던 길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이름을 주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함께하는 공존의 원칙을 지키며 길을 열었다. 혹자는 유행을 뒤쫓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 흐름에 따른 선택이었고 횡성의 청정자연과 편리한 교통길이 큰 무기가 될 것이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져 절경을 빚어내는 횡성호수길은 호수주변의 산길을 그대로 활용했다. 전국의 길을 찾아 다니는 신정일 우리 땅 걷기 이사장은 한 신문 칼럼에서 ‘횡성호수길은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가을이면 가을 그 나름대로의 운치와 정취를 지녀 이 길을 걷다 보면 자연속에서 스스로가 자연이 되는 경이를 느끼게 된다’고 그 감동을 적은 바 있다.

태기산 임도를 그대로 활용한 에코 800길은 하늘과 맞닿은 해발 800m의 고원에서 마치 하늘을 걷는 기분으로 태기산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로 마음껏 샤워할 수 있어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올 가을 횡성을 찾은 사람들 모두를 감탄하게 만든 코스모스 꽃길이 있다. 강릉에서 서울로 올라가던 한 중년의 여인은 횡성을 지나가던 중 코스모스의 정취에 넋을 놓고 있다가 그만 때를 놓쳐 서울로 가던 길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코스모스가 만발한 시기에 지역별로 축제를 개최해 농특산물 판매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횡성은 10년 넘게 한우로 대표되어 왔다. 외지 사람 열이면 열 모두 횡성하면 한우만을 이야기 한다. 이제는 또 다른 횡성의 이름이 필요한 시기다. 다양한 경쟁력을 갖추어 지역의 풍요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늘 그렇듯 시대는 변한다. 한때 제주의 상징은 한라산이었으나 지금은 많은사람들이 올레길을 이야기 한다.

횡성은 길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특히 코스모스길은 그 시각적·정서적 이미지를 통해 횡성의 이름을 바꾸어 나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소득창출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제주 올레길을 통해 우리 주변의 것들이, 즉 가장 지역적인 것들이 훌륭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멀리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보다는 횡성다운 것들을 재발견하면서 그 내용을 알차게 꾸려 나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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