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에는 여러 단체에서 그 해의 고사성어를 발표한다. 아마도 올해의 가장 빛나는 단어 중 하나는 ‘경쟁’에 관련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점쳐본다. ‘나가수’ ‘슈퍼스타 K’ ‘불후의 명곡’ 등 인기있는 방송프로의 화두가 단언코 경쟁이었던 까닭이다. 경쟁은 엄정한 룰 밑에서 ‘실력자’를 골라낼 수 있다는 타당성 때문에 사람들이 환호한다. 예를 들어 가수는 노래실력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지 외모나 아이돌이라는 이유가 노래실력보다 우선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쟁이 무조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경쟁은 무엇이든 필요 이상으로 등급화하는 부작용을 양산하고 지나친 서열화는 사회전체를 단순화 획일화 비인간화 한다.

우리는 등급이 매겨진 채 살고 있다. 남성 백수는 생명보험협회 ‘직업별 위험도’ 1등급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남성 무직자는 스트레스와 알코올 중독 등으로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비(非)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전문대를 포함한 ‘대졸 백수’가 300만 명에 육박한다. 백수도 서러운데 위험등급 1등급이면 보험의 가입이 일부 제한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서글픈 처지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직업별 회원등급’도 서글프기는 마찬가지다. 직업과 학력, 외모, 부모의 재력에 따라 남·여 회원을 15등급으로 분류해 놓았다. 같은 법조인이라도 판사와 검사, 서울대 출신인가 아닌가에 따라 등급 차이가 난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를 남긴 개그프로는 막을 내렸지만, 우리사회의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은 현재 진행형이다. 내일은 수능시험이 있다.결과에 상관없이 수험생들의 노력이 다 찬사를 받아야 마땅한데 현실은 다르다. 시험 후에는 어김없이 좌절하는 아이들이 생겨날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언제나 최상위만을 꿈꾸고 그 아래는 마치 탈락처럼 여기는 사회적 정서가 만연하니 부족한 사람들의 노력이 위로받을 여지가 전혀 없다. 삶은 만인에게 평등하다지만 삶의 유통망에서는 결코 평등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과정보다는 드러난 결과에만 에 연연하는 사회 분위기는 경쟁이 갖는, 치유가 불가능한 한계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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