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준

춘천 신망애교회 담임 목사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한은 바위에 새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입은 은혜는 쉽게 그리고 빨리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섭섭하게 했거나 마음 아프게 한 것은 잊지 않고 돌에 새기듯이 마음 깊은 곳에 품어 두고 미워한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올 때는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이 빈손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나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으로 온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가 소유하고 있고 또 누리고 있는 것들이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들이지만 감사해야 할 조건들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감사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느끼게 되는 열등감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 보다는 불평이나 원망의 마음을 품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날 비교 문화가 사람을 불행하고 만들고 인간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자신에 대한 상대적인 평가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원망과 불평 대신에 감사할 줄 알고 자신에 대하여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사람은 매사가 원망과 불평으로 일관하며 자신은 매우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정체성을 잃고 세상을 비관하며 우울하게 살아갑니다. 세상은 이미 비교문화에 푹 빠져서 생존경쟁의 아우성 속에서 피터지는 싸움을 싸우지 않으면 도태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사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 없고 다른 사람을 넘어뜨려야 내가 살 수 있는 안타까운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자신에 대하여 상대적인 삶의 모습을 절대적인 평가로 바꿀 수 있다면, 그래서 자신의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삶에 대한 여유를 찾을 수 있고 감사하는 마음을 회복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삶을 보다 더 긍정적이며 적극적으로 살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상대적이라고 하지만 창조주께서는 한 사람의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는 내 자신의 가치가 한 없이 초라하지만 그러나 나는 이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존재라는 자신에 대한 존재감을 회복해 나갈 때, 보다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고 감사하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한 웨슬레 목사님은 촛불을 주신 이에게 감사하니 등불을 주셨고 등불을 주신 이에게 감사하니 태양 빛을 주셨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감사와 수확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금년에는 유난히도 길고 지루한 장마 끝에 가을에 접어들면서는 가을 가뭄이 심하여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면서 하늘을 원망하며 농작물 수확에 대한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걱정과 근심과는 다르게 거의 대부분의 농작물은 평년작 수준으로 수확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감사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세계 경기의 전망이 어둡고 각처에서 들려오는 기근과 지진과 홍수와 폭설에 대한 소식들로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강퍅해지고 불안해하며 걱정과 근심으로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풍요로운 생활을 유지해 가고 있다고 하는 것은 누가 무어라고 해도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감사는 또 다른 감사를 불러옵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삶이 현재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여건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꾸고 삶의 여유를 찾아서 비교문화에 찌든 상대적인 삶의 모습을 절대적인 평가로 바꾸어서 더 큰 풍요로움 속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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