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환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그간 점진적 변화를 모색해오던 우리경제의 패러다임이 지난 서울시장 재선거에 나타난 표심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경제정책의 선난후획(先亂後獲)이 ‘선성장-후분배’에서 ‘선분배-후성장’으로 전도된 것이다. 분배할 파이가 과거 고성장시절처럼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분배의 공정성을 기하기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파이가 줄어들면 그것을 나눌 때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집단이 줄어들면서 이해관계가 첨예화되기 마련이다. 이제 각자의 이해를 슬기롭게 중재하는 이른바 명총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그 출발점은 분배문제에도 선후가 있고 그 순서는 선취업-후임금이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우리경제 전체를 보면 전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아직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이를 조기에 극복하는 등 상대적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지속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 극복과정에서 자본집약적 수출제조업이 성장을 주도하다보니 고용사정의 개선이 불충분하였고 자영업자 위주인 내수산업이 위축되면서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게 되었다. 최근 들어 취업자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으나 임금상승률이 크게 낮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이처럼 고용 및 임금 지표간 모순적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경기에 후행하는 지표상의 특성에 기인하는 바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노동시장에 상당한 유휴인력이 남아있고 여전히 고용의 질적 개선이 미흡하다는 반증이다. 실업률은 개선되고 있으나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자가 많아진 데도 그 원인이 있으며 취업자수가 상용직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주로 재정자금이 대거 투입되는 사회서비스부문의 중·저 직능직이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 것이다.

강원도의 사정은 전국보다 좋다고 할 수 없다. 금년 9월 현재 실업률은 1.5%로 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고용률도 전국보다 1.7%p 떨어진다. 이는 지역에 구직활동을 단념한 비경제활동인구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실업자가 많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3년여전 한국은행 강원본부는 2007년 기준 강원도의 실질적 실업자를 약 6만명, 실업률을 5.2%(당시 공식통계는 1.2만명, 1.8%)로 추정 발표했다가 지자체 등으로부터 커다란 항의를 받은 바 있다. 그 당시보다 공식 실업률이 다소 떨어지고 전국과의 고용률 격차(당시 2.1%p)도 줄어든 점에 비추어 고용시장 여건은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그동안의 기업유치 성과 등에 힘입은 바 컸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도 가시적 고용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업유치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기업 유치는 집적화로 이어질 수 있어 고용의 시너지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다음은 정부정책을 잘 이용하는 방법이다. 앞으로 정부정책은 분배를 더욱 중시할 것이므로 복지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 지출은 사회서비스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과거와는 달리 지속성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 대부분이 일손을 필요로 하는 소비성 경비여서 바로바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그것도 상당기간 상용직화 할 가능성이 높다. 강원도는 청년층의 역외 유출로 고령화비율이 높은 만큼 노인요양 등의 사업부문에서 보다 많은 정부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동시 추구하는 전략으로 내수 특히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종을 적극 육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의료, 관광, 금융, 법률, 교육 등의 부문에서 자격증을 내세운 이익단체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진입장벽 등의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종중 강원도는 의료, 관광, 교육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의료와 관광은 IT를 접목시켜 융복합화를 추진하고 기업유치와 연계되는 교육은 명문화로 나아간다면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특히 이들 부문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므로 종사자의 급여도 높을 것이다. 사회서비스 부문에서는 비록 중·저 직능직이지만 상용직화로 직업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의료·관광·교육 부문에서는 임금수준을 높여나간다면 선취업-후임금 전략이 원활하게 이행될 수 있겠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