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달라졌어요’라는 방송 프로가 있다. 늘 다투는 부부의 문제를 진단하고 정신치료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부부가 행동수정을 해 나가며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프로이다. 권위적이고, 잔소리가 많고, 가부장적이고 등 옛날 우리 아버지들 모습이 다분히 많다는 점 그것이 여기 출현하는 남편들의 공통점이다. 이 프로는 남편 아내 관계에서 고착된 성역할과 고루한 사고를 고집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을 강조한다.

한국인의 처가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처가에 대한 속담이다.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한다’ ‘뒷간과 처가는 멀수록 좋다’ 등 이러한 속담은 웬만하면 처가살이는 하지 않겠다는 중장년 남편들의 보편적 정서를 대변한다. 그러나 20∼30대들의 의식은 이와는 다르다. 처가가 가까워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처가 근처로 이사를 가거나 아예 처가에 들어가 사는 부부들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사회생활과 육아와 살림을 병행할 수 있으려면 정서적 유대가 돈독한 처가살이를 남편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가족 시스템이 여성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현상은 21세기 키워드 중 하나가 ‘여성’인 것과 무관하지 않으니 ‘처가살이’라는 결혼세태는 점점 더 확장될 일만 남았다.

하긴 처가살이는 현대 사회에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남자의 처가살이 역사는 상당히 오래 되었다. 고구려의 결혼제도 서옥제(壻屋制)는 딸을 결혼시킬 때 집 뒤에 ‘서옥(사위의 집)’이라는 작은 집을 지어 그곳에서 살게 한 데서 유래됐다. ‘후한서’ 동이열전에도 고구려 혼인풍속은 혼인 후 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살다가 자식을 낳아 장성한 후에나 신랑의 집으로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 구직포털 ‘알바몬’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자 대학생 315명 중 202명(64.1%)이 ‘처가살이를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다. 돈 잘버는 아들은 며느리의 남편이고, 아들의 월급이 얼마인지 엄마는 모르지만 장모는 꿰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우스갯소리로 불릴 때가 더 좋았다는 시절이 머지않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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