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저녁 무렵 양양 바닷가의 어느 음식점. 둘러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항공분야에서는 알 만한 얼굴들이다. 국토해양부의 실무자와 교통연구원의 책임연구원, 한국공항공사의 본부장과 항공전문가들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호젓한 분위기에서 담소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적막한 양양공항의 회의장을 모처럼 가득 메웠던 도청의 책임자급 인사나 도의회 의원, 지자체를 대표하는 인물들은 없다. 양양공항은 활성화되어야 하고, 정부가 더 지원한다는 똑같은 소리만을 반복하곤 그들보다 더 먼 길을 온 손님들을 놔두곤 모두 행사가 끝나자 자리를 뜬 것이다. 양양공항의 활성화방안에 대한 토론내용을 가지고 지역에 유리하도록 설득하기보다는 토론순서에 따라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행사를 마감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궁금했다. 당일 토론을 맡아 고향을 찾았던 필자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2009년 12월 어느 날의 일이다.


#장면 2

강원랜드의 회의실. 국토와 동북아의 개발환경 변화에 따라 향후 강원도의 공간구조 개편과 교통망이 어떻게 확충될 것인가를 놓고 발표자와 전문가들 간의 토론이 달아올랐다. 국토연구원과 교통연구원 등의 중장기계획에 대해 대학과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이 강원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 오후 내내 진행된 이날의 행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포함 모두 다섯 가지의 의제를 놓고 강원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모색하기 위한 대토론회였다. 그런데 시작할 때 개회식장을 가득 메웠던 400 명이 넘는 참석자들의 열기가 토론장에는 없었다. 오전의 공식행사가 끝난 후 도지사와 국토연구원장 등 내빈들이 자리를 뜬 후 이어진 토론회장에는 발표자와 토론자, 그리고 일부 주민들과 대학생들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이날은 학계와 언론이 함께 강원도로의 큰 흐름 일류강원비전을 선포하는 2011년 11월 11일 11시에 시작된 행사였다.



▲ 허희영

한국항공대학 경영학과 교수
지자체의 경쟁력은 공무원의 역량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이제 15년을 넘어서면서 지자체별로 우열이 쉽게 확인된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자치단체가 있는가 하면 대폭 향상된 삶의 질을 향유하는 지자체가 있다. 기업이든 지자체든 CEO의 경영능력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래서 경쟁력의 핵심요소인 인적자원의 역량강화를 위해 조직의 문화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나간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기업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듯이 지자체의 공무원들 역시 지역민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공무원 조직의 존립이유다.

항공대학이 위치한 경기도에도 고민이 깊다. 강원도와 유사하게 각종 규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부접경지역 10개 시군의 발전이 늘 도정의 주요과제다. 경영학 교수로서 필자 역시 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각종 경제단체마다 공무원들이 참여하면서 수시로 외부인사의 조언과 관심을 유도하는 노력을 늘 접한다. 항공분야에서도 마찬가지 경험을 한다. 양양공항처럼 휴업상태인 지방공항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의 각종 대책위원회가 중앙정부에 자구노력의 성과로 담당부서를 설득하고 때로는 정치적 영향력마저 불사한다. 지방을 찾아오는 전문가들을 중앙에서 한 자리에서 만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 변해야 강원도가 산다

2018년 평창올림픽은 강원도에 주어진 최대의 축복이다. 그러나 주인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면 남의 잔치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막대한 투자가 뒤따르는 올림픽시설의 사후관리를 위해 국고지원을 위한 법적 제도는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중앙정부만 쳐다보지 말고 필요한 입법 활동단계부터 출향인사들과 함께 추진전략의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일단 잔치가 끝나고 나면, 뒷설거지는 고스란히 강원도가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복지부동하는 암하노불은 더 이상 강원도에 필요 없다. 무엇보다도 지역발전을 위한 토론과 학습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무원들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노력부터 시작하자. 무엇보다도 공무원이 변해야 지역이 변하고 강원도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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