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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칼럼] 벤츠 검사와 목민관, 그리고 견제와 감시

송현주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 송현주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년간 부산에서 근무했던 검사가 법무법인 명의의 벤츠를 제공받아 사용해 왔다고 한다. 벤츠를 제공한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벤츠를 일정 기간 보관해달라고 부탁한 것일 뿐 준 것은 아니라며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 관련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인데, 해당 검사는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 승용차가 그랜저에서 벤츠로 업그레이드 됐으니 비리 검사들의 담력은 더 커졌나 보다. 여검사라고 하니 여자가 검사가 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는 모양이다. 세상을 정말 긍정적으로 본다면 검사들이 이제 벤츠 정도는 돼야 유혹에 빠질 정도로 청렴해 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이 진행되는 방향은 진부해서 기가 찬다. 벤츠의 ‘보관’을 부탁했다는 변호사, 사건 청탁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검찰, 사표를 던진 검사를 보니 사건의 처리 방향이 눈에 선하다. 전직 검사는 벤츠를 ‘운행’하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사건 청탁은 없었으니 불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전직 검사는 벤츠 보관을 부탁하는 변호사로 새롭게 출발하면 된다.

‘목민심서’(牧民心書)를 다시 펼쳐보기가 무안할 정도다. 다산은 청렴하지 않고서 목민관이 될 수 없다며 자신이 쓰는 돈이 백성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이란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산은 특히 법 집행과 관련해 청렴한 관리는 은혜롭게 용서하는 일이 적다, 청탁이 통하지 않는다면 청렴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율기육조, 청심). 청렴은 공직자의 기본이다. 청렴에 더해 검사들이 새겨들어야 할 목민관의 자세는 더 있다. 상사의 명령이 법에 어긋나고 민생을 해치는 것이라면 꿋꿋하게 굴하지 말아야 한다(봉공육조, 예제), 백성이 기뻐하지 않아 조정의 명령을 시행할 수 없으면 병을 핑계로 벼슬을 그만 두어야 한다(봉공육조, 선화). 비록 청렴하더라도 검사 동일체의 원칙과 상명하복, 조직 이기주의에 충실한 검사들은 절대 목민관이 될 수는 없다.

유교적 세계관에서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알지만 그 가능성을 더 인정하기에, 다산도 부패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자기수양으로 봤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권력과 그에 따르는 부와 명예에 대한 욕망이 공직 입문의 원초적 동기인 현실에서, 다소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이중삼중의 상호 견제와 감시의 그물망이 부패 방지의 최선책이다. 자기 수양은 견제와 감시라는 진흙탕 속에 피어나는 연꽃과 같은 이상적 덕목일 뿐인 것이다. 20년이 넘게 견제되지 못한 검찰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드러난 부패마저도 덮어버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이지 살과 뼈를 도려내고 깎아내는 자기 개혁과 자기 수양은 아니었다.

묘하게도 검경 수사권 조정의 막바지 갈등 국면에 벤츠 검사 사건이 불거졌다. 그동안 경찰의 수사권에 관한 논란이 일 때마다 경찰 비리가 터져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검사의 비리가 드러났으니 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속은 쓰리겠지만 모든 권력은 쪼개면 쪼갤수록 정의로워진다는 것을 믿는 국민으로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마침 경찰은 검찰 비리에 대한 수사권만 준다면 경찰의 내사 권한을 축소하는 국무총리실의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다른 건 포기할 테니 특정 사건에 전·현직 검사나 검찰청 공무원이 포함돼 있으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공은 다시 국무총리실, 정확하게는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견제와 감시에 질색하는 대통령, 권력 독점에 집착하는 법무부, 검찰에게 다산의 목민심서 따위가 안중에 있겠냐만, 너무도 상식적인 말이기에 덧붙인다. “잘못이 수령에게 있는데 상사가 수령에게 그 밑의 이교를 치죄하라고 하면 마땅히 사건을 다른 수령에게 옮겨서 치죄하기를 청해야 한다”(所失在牧 而上司令牧 自治其吏校者 宜請移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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