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0여년 전부터 사람들에게 자주 회자되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웰빙’이다. 삶이 치열해질수록,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욕구가 커질수록 웰빙은 각광받는다. 웰빙의 사전적 정의는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지향하는 삶의 유형 또는 문화 현상’이다. 유기농제품이 각광받고 요가나 등산 등이 선호되는 등등 육체적 웰빙을 향한 노력들은 우리 삶 속에 자리잡았다. 그에 비해 정신적 건강함을 추구하는 합의된 노력은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육체적 웰빙과 정신적 웰빙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말이다.

2009년 예비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사건이 있었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그 소녀가 성폭행 되는 과정부터 죽여져 버려지는 과정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살해당한 소녀의 책상위에는 국화 꽃다발이 놓여 있었고 친구를 잃은 급우들은 정신적 쇼크나 상심 등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 보면서 뉴욕에서 교사를 하는 한 한인선생님이 중앙지에 기고를 했다.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이 두 나라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내용이다. 뉴욕의 한 학생이 방과 후 차에 치여 사망했다. 대형사고였지만 모든 교사들에게 함구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사고를 당한 학생과 같은 학교 학생들을 살펴보다가 정신적 충격을 받은 학생이 눈에 띄면 신고하라는 지침도 있었다. 학생의 죽음은 애도할 일이기는 하지만 남아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조용한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들이 학교에 일주일간 상주했다. 죽은 학생을 알고 있는 학생들을 상담하기 위해서이다. 사고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국가가 어떻게 보듬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고3 학생이 성적을 잘 받으라고 심하게 다그치는 엄마를 지난 3월에 살해하고 8개월 동안 시신을 집에 방치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생각 감정에 탈이 생겨 마음이 건강하지 못함은 물론 이상적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는 정신적 질병의 학생들이 증가일로인데 국가가, 사회가, 학교가 속수무책이다. 그저 육체적 웰빙만 웰빙이라고 생각하는 이 사회 사고방식에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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