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으로 생활하면서 수많은 재난현장을 지켜보았고 그 중엔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할 끔찍한 현장도 있었습니다. 그 중 몇몇 사고는 아직도 잊히지 않고 상처 난 곳에 소금 뿌리듯 쓰리게 가슴을 휘젓고 가곤 합니다.

두 해전 가을 어느 날 늦은 점심식사를 하던 도중 구급출동지령을 받고 나간 곳은 하수도관 공사를 위해 관을 야적해 놓은 현장이었습니다.

하수도관 위에 올라가서 놀던 초등학생들 틈에 5살짜리 남자애가 같이 놀고 있었습니다. 한참 놀이에 빠져 있던 그 순간 하수도관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5살 남자애를 덮쳤습니다. 이미 사망한 상태의 아이에게 구급대원과 응급실의 응급처치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경찰의 현장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찾은 현장에 공사 감독관이 나와 있었습니다. 초췌한 공사감독관이 무의식중에 내뱉는 독백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내가 거기에 쐐기를 하나 더 박는다는 게…” 긴 담배 연기 속에 뿜어져 나오는 독백은 오늘을 사는 우리 안전 의식의 일단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때 그 순간 쐐기를 하나 더 박아놓고 하였으면 그러한 사고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별일 없겠지 하며 그 순간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문어발식 콘센트사용 자제, 난방유를 비롯한 석유류를 사용하는 기구의 이동과 주유시 완전소화 후 사용 등 화재예방에 관한 규정을 비롯한 각 부문별 안전에 관한 규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 많은 안전규정이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기 전 어느 가족의 피눈물로 핀 안타까운 꽃임을 알고 안전에 관한 타협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게 나와 내가족의 안녕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합시다.

권학주·양양119안전센터 1팀장 지방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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