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임기 말에는 레임 덕(lame duck)을 면할 수는 없다. 절룩거리는 오리처럼 힘이 빠진 모습을 묘사하는 레임덕은 권력의 무상함을 상징한다. 내려올 때의 허무함을 잘 알기에 임기 내내 레드카펫을 밟지 않았다는 어느 리더의 고백도 있지만 어떤 일이든 떠날 때는 아쉬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따르는 사람이 많다면 그리고 열심히 국정을 잘 수행했다는 좋은 평판이 기다리고 있다면 레임덕이 그렇게 기 죽을 일만은 아니다. 좋은 평판은 인품과 역량으로 승부를 건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돼 구성원들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었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평판의 여러가지 항목 중에서 가장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인간관계 평판”이다.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또 우선 되는 것을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예의”다’ 하우석 저 ‘능력보다 큰 힘, 평판’에 나오는 말이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예의는 조직원을 귀히 여기는 마음이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에게 필수적인 예의는 국민들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하는 예의이다. 이 대통령이 임기내내 그렇게 강조했던 섬김도, 소통도. 화합도, 경쟁력도 모두 구성원의 말을 경청하는 예의에서 태동하는 까닭이다.

속 마음을 숨기려고 할 때도 우리가 하는 ‘말’은 우리 내면을 가감없이 드러내니, 말은 그 사람의 인품과 가치관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씨가 철원 군부대 방문에서 있었던 대화가 화제이다.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일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밀고 나가는 것이지 누가 욕한다고 신경쓰면 아무 일도 못한다’ ‘인터넷에서 뭐라 그러면 나는 무조건 패스’라고 말했다 한다. 여론이나 대의를 ‘욕’으로 치부하며 상관하지 않겠다는 영부인의 말은 국민에 대한 예의 부재를 표출한 것은 아닌지, 남편이 애잔해서 한 말이라고 하더라도 영부인의 말로는 적합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명한 아내는 남편에게 야당 역할을 서슴지 않아야 한다. 남편의 위치가 높을수록 구성원의 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맹목적 부창부수가 레임덕을 앞당기지는 않을까. 언뜻 스치는 걱정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