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사 중에 ‘가오리’라는 것이 있다. ‘가슴 속에 오래 남는 리더’가 되자를 줄인 말로 어느 모임에서든 통용 가능하다. 우리들 각자는 어떤 위치에 있든 모두 리더이기 때문이다.우리는 가정에서 가장일 수도 있고 형제들 중에 첫째일 수도 있다. 회사에서는 조금 앞선 상사나 선배일 수도 있고 소그룹에 회장일 수도 있다. 즉 사람은 연륜이 쌓이면 작든 크든 리더의 위치에 있기 마련이니 ‘가오리’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근사한 건배사 중 하나이다.

좋은 리더로 기억되는데는 적절한 말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한몫한다. 언어는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 그리고 가치관을 대변하기에 하는 말이다.명심보감에는 ‘한마디 말이 잘 쓰이면 천금과 같고 한마디 말이 사람을 해치면 칼로 베는 것처럼 아프다’는 말이 있다. 남북 전쟁 당시 대통령이었던 아브라함 링컨은 게티스버그 국립묘지 설립 기념식에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이라는 사상 최악의 경제난에서 “우리가 두려워 해야 할 한 가지는 우리 앞을 가로막는 두려움뿐이다”라는 멋진 연설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입만 열면 분열을 가져오는 리더도 있다. 사람들은 그를 ‘오럴 해저드’라고 부른다. 말이 앞서고 필요 없는 말을 하고 안 해도 되는 막말 때문에 구성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리더를 말한다,

상대방과의 피드백으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공감을 느끼는 것을 전제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리더십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소외를 당할 수도 있다. 신도의 자격을 빼앗고 교단이나 종파에서 내쫓는 종교적 용어 ‘파문’이란 말이 영어로 ‘excommunication’, 즉 소통채널에서 제외되었다는 뜻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 ‘말을 위한 기도’의 한 귀절인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맺고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할 내 언어의 나무’를 늘 돌아봐야 가오리가 될 수 있다. ‘늘’이 안 되면 지금 같은 ‘연말’이 내 언어를 돌아볼 적기일지 모른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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