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에 이 지면에 ‘진짜 유명인이 되려면’이라는 제목의 명경대를 썼었다. 그 글에서 강한 지도력 또는 능력으로 인정받아야 진짜 유명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이는 우회적인 표현에 불과했음을 고백한다. 정작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자신이 알려졌다는 그리고 똑똑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리더들의 교만함’, 이 ‘유명인 병’에서 벗어나려는 자기 성찰이 없으면 진짜 유명인 반열에 오를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말을 감히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아랫사람을 홀대하는 오만한 리더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는 완장을 차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임종술은 포악한 사람이다. 낚시가 금지된 동네 저수지에서 누가 뭐라 하든 개의치 않고 낚시를 해 오던 그가 저수지 관리인이 된 후부터, 정확히 말하면 완장을 찬 후부터 달라진다. 누구든 낚시를 못 하게 함은 물론 가뭄에 농민들에게 물을 대는 것조차 금지시킨다. 임종술의 아버지도 완장을 차게 되면서 운명이 변한 사람이다. 완장을 찬 권력자에게 늘 당하기만 하던 아버지가 완장을 차자 완전히 돌변해 주변 사람들에게 마치 자기가 받았던 핍박을 되돌려 주는 양 악행을 감행한다. 소설은 팔에 차는 완장은 권력의 다른 이름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변화하게 만드는 동력임을 묘사한다.

완장을 영원히 찰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은 ‘완장’ 속 등장인물처럼 완장이 떠난 후에는 상실 소외를 겪을 수밖에 없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권력은 사람을 덧없게 만드는 진짜 보잘 것 없는 실체이기에 하는 말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19에 건 전화가 화제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는 것을 보아 국민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주었음은 분명하다. 명심보감에는 ‘관직에 있는 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갑작스러운 분노다(當官者必以暴怒爲戒)’라는 말이 나온다. 분노는 자신을 다스리지 못함에서 연유하는 까닭이다. ‘도지사가 누구냐고 묻는데 답을 안해’라는 마음의 완장부터 벗어던져야 유명인다운 유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지사해프닝이 지도자들에게 주는 값진 교훈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