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영동고속도로는 본래 ‘신갈’기점에서 강릉시 ‘홍제동’종점으로 되어 있다가 2002년 5월 1일 변경된 새로운 고속도로 노선번호 체계에 따라, ‘인천’ 기점에서 ‘강릉분기점’ 종점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강릉 나들목의 문제는 강릉분기점의 잘못된 개념으로부터 비롯된다. 서울서 강릉까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동해로 빠지는 가지치기를 본선으로 만들고 반대로 강릉으로 들어오는 줄기를 곁가지로 만들어 버렸다. 즉, 주객이 전도되어, 도로의 위계를 흩뜨려 놓은 것이다.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왔다면, 마땅히 영동고속도로가 직선으로 끝나야 정답이다. 영동고속도로는 끝까지 큰 줄기가 되고 동해고속도로가 곁가지로 붙게 해야 한다는 소견이다.

강릉을 종점으로만 알고 그냥 운전하다보면, 동해로 잘못 빠지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동해로 가는 길이 직선이기 때문이다. 초행길에 고속도로 상에서, 길을 혼동하게 만드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초래한다. 비전문가가 봐도 강릉 나들목은 실로 생뚱맞은 곳에 설치되어 있다. 요금 징수소까지의 거리와 곡선반경도 비정상적으로 짧다. 그래서 요금 징수소 앞에는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오죽하면, 이곳에서 시속 50㎞로 접근속도를 규제하고 무인단속카메라까지 운영한 적도 있지 않았겠는가. 요금 징수소를 나와도 문제다.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파른 내리막 경사와 심하게 꺾인 길로 이 역시 집중하지 않으면, 안전운행이 만만치 않은 진출로를 만나게 된다. 한마디로 빵점짜리 나들목이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애초부터 한국도로공사는 영동고속도로 확장 때, 지역사정 수용에 있어, 따뜻한 마음보다는 인색한 마음이 더 진했기 때문이다. 개통초기에는 요금 징수부스를 턱없이 적게 설치하여 혼잡이 가중되자 부랴부랴 증설했고, 강릉영동대 부근에서 시작되는 상행길 진출로는 개통초기에 차량으로 꽉 막히자, 갓길을 뜯어 차로를 2개로 임시증편 변통하고 있다. 이도 말이 안 되는 게, 갓길이란 본래 차량고장으로 대피하는 공간인데, 주행로로 더불어 사용한다는 것은 안전을 무시하고 소통으로 퉁 치는 행위나 다름없다. 지금에 와서 보면, 영동고속도로 강릉 나들목은 주변 도로계획과도 어긋나고 있다. 경포대, 택지, 과학단지와의 연결성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각종 시설과 선수촌 단지의 형성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이와의 연계방안도 현재의 나들목으로는 역부족이란 생각이다.

사실, 강릉은 강원도 영동지방의 수부도시이자, 동해안 최고 관광지중의 하나 아닌가. 수도권과의 생활교통량과 관광교통량은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으며 물류교통 또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릉 나들목과 진출입로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이용객에게 많은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니, 이게 큰 문제라는 것이다. 거시경제관점에서 보면, 물류비를 증가시키는 경제적 손실과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미지 실추에도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니, 나들목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는 게 옳지 않은가.

하루빨리 강원도는 국토해양부 설득에 나서고 적극적으로 한국도로공사와 협의하여, 평창올림픽 이전에 반드시 강릉 나들목을 다시 만들고 진출입로의 구조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나들목은 한낱 도로의 부속물이 아니다. 어찌 보면, 도시의 대문이고 영동의 관문이다. 올림픽이 시작되면, 강원도의 얼굴도 될 수 있고 대한민국의 기억에 남는 인상도 될 수 있다. 일그러진 얼굴로 백년, 아니 천년을 살게 할 순 없다. 새로운 나들목으로 ‘제일강릉’의 자부심과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 가치 있게 드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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