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미디 제목 중에 ‘불편한 진실’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는 순간 누구도 죽을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진실, 그것도 불편한 진실 중 하나일지 모른다. 죽음을 의식하지 않는 일상에서 죽음이 당사자의 일이 되어 다가오면 정말 감당키 어려운 테마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언제나 논외의 대상인 죽음을, 그것도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냉철하게 삶을 정리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것과 비례해 품위있게 죽고싶은 욕구는 커지지만 그 실천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하여 감사하며 언제든 떠날 채비를 갖추고 언제든 빈손으로 내려놓을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라고 법정스님은 말한다. 평상시 입은 옷 그대로 홀연히 속세를 떠난 스님은 그야말로 평소 자신의 신념인 ‘무소유’로 마무리를 실천한 셈이다. 전 세계 500만명 이상을 울렸다는 ‘마지막 강의’로 유명해진 미국의 랜디 포시 박사는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고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까 고민하던 차에 강의를 선택한다. 자신의 인생 삶 등을 강의에 고스란히 담은 이유는 자신의 어린 세 자녀들이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돌아볼 때 그 해답을 주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삶은 죽음에 의하여 완성된다’라는 시인 브라우닝의 말처럼 죽음을 삶의 연장선 상으로 해석하고 실천한 사람들이다.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죽음을 알리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들처럼 감동적인 마무리로 이 세상과 이별할 수만 있다면 알리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누구보다 축복받은 삶을 살아온 제가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받아 감사하다’는 이 글귀는 강영우 박사가 지난 12월 한달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후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 일부이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미국사회에 당당하게 주류로 활동하면서 두 아들을 인재로 키워낸 그는 또한 국제로터리재단에 25만달러를 기부했다. 강 박사의 감사와 기부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품위있는 죽음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사는 동안 자기 삶에 적극적인 강 박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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