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노래 ‘일어나’에는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중략)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라는 귀절이 나온다. 특히 이 노래는 ‘일어나~~’라는 후렴구가 반복되면서 아무리 힘든 상황일지라도 열심히 정진할 것을 독려한다. 특히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 있을 수밖에 없으니 일어나 힘내자’라는 귀절은 어차피 어려운 일은 계속 생기고 그럴 때마다 그를 헤쳐 나가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운명임을 노래한다. 그런데 노랫말이 틀린 것 하나 없는데 뭔가 가슴이 딱 막힌 것처럼 답답할 때가 있다. 아마 일어나고 싶은데 그리고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그 변화가 가능한 것인지 가늠이 전혀 안 될 때, 그래서 스스로 너무 무력하게 느껴질 때가 바로 그런 상황일 것이다.

칼럼을 쓰려면 요즘 핫 이슈들을 두루 살펴보고 그 중 내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것을 주제로 결정한다. 그리고 재미있어야 하고 교육적 효과도 있어야 하고 정보 제공도 해야 한다는 칼럼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글의 방향을 설정한다. 그런데 쓰고는 싶은데 글이 잘 안 써지는 주제가 있다. 간단한 말로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주제가 너무 무거운 경우가 그렇다. 요즘 증가 일로에 있는 청소년의 자살과 학교폭력이 전형적인 그런 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육은 사회 가정 학교가 톱니바퀴처럼 얽혀서 실천되는 일이므로 병폐가 되는 학교폭력문제는 총체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교과서 같은 말만 할 뿐이다.

쾌도난마(快刀亂麻)라는 말이 있다. 고환이라는 사람이 아들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아들들에게 뒤얽힌 삼실 한 뭉치씩을 나눠주고 추려내기를 명령했다. 이때 아들 양이 잘 드는 칼을 들고와 엉킨 삼실을 싹둑 잘라버리는 것으로 문제를 풀면서 생긴 이 말은 ‘복잡하게 얽힌 일을 시원스럽게 처리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정말 잘드는 칼로 문제를 오롯이 드러내어 베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사람이 꿈꾸는 생각이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를 손에서 놓지 않는 임진년 한해이기를 바란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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