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우리사회에 말(言)로 야기되는 문제가 많아졌다. 댓글이라는 문화가 생기면서 막말이 성행하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말 한마디 잘못해 낙마하는 유명인도 생겨났다. 말에 관한 경고성 사자성어 중에 우리에게 익숙한 다언삭궁(多言數窮), 다언다패(多言多敗)라는 말이 있다. 말이 많으면 낭패한다는 의미로 특히 지도자들의 말조심을 일컬을 때 통용된다. 근데 말도 말 나름이다. 사전적인 의미로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이라는 ‘수다’는 경계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긍정적 효과가 재조명 받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수다는 격의없이 나누는 대화로 요즘 강조되는 인적네트워크 관계지수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그리고 그저 속내를 털어놓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만족을 주고받는 특징을 갖는다.미국 한 대학 연구팀은 슬픔이나 분노를 말로 표현하는 순간 스트레스가 괄목하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수다가 치유제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어라. 그러면 노벨상에 한걸음 더 다가갈 것이다.’라는 제목의 한 신문 기사는 노벨상은 동료들과 함께하는 커피브레이크 타임의 일상적인 수다에서 태동했다는 수상자들의 고백을 주내용으로 다뤘다. 수다는 아이디어와 통찰력 그리고 문제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최근 부산대 김명희 교수팀이 중년 이후의 여성이 수다를 떨면 우울감은 줄고, 자기존중감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자신의 행동을 타인이 따라할 때 자존감이 높아지는 미러링(mirroring·거울 보기)효과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다의 파워를 강조하는 연구들은 이외 수없이 많다.

우리사회에 가장 많이 강조되지만 가장 실현 안 되는 단어 중 하나가 ‘소통’이라는 단어이다. 듣는 귀가 발달해야 하고 공감이 있어야 하고 대화를 주고 받는 사람의 사사로운 목적이 없어야 하는 것이 좋은 소통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수다가 각광받는 이유는 바로 이런 소통의 필수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다는 탄력있는 삶을 위한 명약인 것이 분명하다. 크고 작은 수다를 나눌 수 있는 관계형성에 투자를 아끼지말자. 수다로 행복해지자.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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