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원주~강릉 간 철도가 산으로 가고 있다. 강원도 정치인 목소리 따로, 올림픽 조직위 책임자 발언 따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분명한 사실은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68분에 도달토록 하겠다는 철도계획은 온데간데없어졌다는 것이다. 거짓말 잔치 속에서, 고속화 철도가 아닌 저속철도의 길로 점점 느려지고 있다. 노선도 최악, 역사 입지도 제 멋대로, 자꾸 안 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철도역은 도심의 중앙에 있는 게 원칙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중앙역이 있지 아니한가. 그런데 원주~강릉 간 철도의 시작점은 서원주다. 서원주는 도심에서 20분 이상 떨어진 외진 곳에 있다. 원주 태장동 주민이 서원주까지 가려면, 40분이상이 걸린다. 향후 서울이나 강릉을 가려면, 서원주까지 나가야 한다. 원주역이 폐지되기에.

현재 청량리역에서 원주역까지는 시간에 1대꼴로 열차가 다니고 있고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정도 걸린다. 복선으로 완공된다 해도 20분정도 단축될 것이다. 그러면 뭐하나? 엄청난 돈을 들여 복선으로 이룬 알토란같은 그 20분을 역이 멀어진 까닭에, 시내교통으로 다 까먹어야 할 판이다.

서원주 역사입지는 ‘대 실패작’이다. 도심에서 너무 멀어진 까닭에, 모든 게 허사가 될 판이다. 15분 간격으로 동서울 가는 시외버스나 강남을 연결해주는 고속버스의 운행시간을 철도가 어떻게 능가한다는 말인가? 역 접근이 느린 상태로는 중앙선은 물론이고 강릉선도 철도가 경쟁력이 없어 보인다. 서울을 보라. 중앙역인 서울역을 없애고 청량리역과 영등포역 등을 운영하는가 말이다. 중앙역 격인 기존 원주역을 없애고 서원주역으로 주 기능을 옮긴 결정에 대해 위정자들은 반드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미 서원주역은 건설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이를 보정할 묘안이 없는 건 아니다. 그것이 바로 횡성역 변경 건이다. 그동안 횡성역으로 두 군데가 저울질 되었다. 하나는 ‘생운리’였고 다른 하나는 ‘청용리’였다. 정부의 안은 ‘생운리’로 최종 결정된 듯하다. 이에 이의를 달고자 한다.

사실 횡성은 교통관점에서, 원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가. 특히 양쪽의 이동성이 5호선 국도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생운리’는 횡성읍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으며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어, 원주시민이든 횡성군민이든 간에, 이용이 매우 불편하다. 반대로 평지인 ‘청용리’는 읍내와 가까이 있으며, 횡성주민이 이용하기에는 편한 곳이다. 그리고 원주에 훨씬 더 가깝게 다가가므로 원주의 태장동이나 우산동 주민들도 10분 이내로 접근할 수 있어, 서원주역을 가기 위해 우회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게 된다.

서원주역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생운리’횡성역이 하기란 불가능하다. ‘생운리’역은 5호선 국도를 타고 가다가 다시 6호선 국도를 갈아 탄 뒤, 한참을 되돌아 역행하여야 하는 코스이므로 매우 불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청용리’ 횡성역은 원주~횡성 간 주 도로인 5호선 국도 상에 있고, 주변에 원주공항도 있어 교통수단간 연계강화로 대중교통 이용촉진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역세권 주변 고밀도 개발유도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유리한 입지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던 대안이다.

중앙정부가 횡성역을 ‘생운리’로 고집한다면, 모종의 계략이 있는 듯하다. 횡성역을 최대한 불편하게 하여 그들이 뜻한 대로, 승객들이 적어지게 되면, 이를 기화로 횡성역을 간이 정거장으로 전락시켜 하루에 한두 편 정도의 저속열차나 쉬어가게 하는 비주류 간이역으로 만든 뒤, 결국에는 구조조정이라는 미명아래, 역 폐지론을 들고 나올 게 뻔하다.

마지못해 해주는 원주~ 강릉 간 철도, 이대로 당하는 건 곤란하다. 이왕 돈 들일거라면, 제대로 만들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제라도 횡성역을 다시 정하고 서원주역의 잘못을 최소화하는 길만이 수요를 바로 세워, 고속화 철도로 가게 하는 채찍질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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