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균

북부지방산림청장

최근 사회적 화두의 하나는 ‘학교폭력 근절’이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지난 2월6일에는 정부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의 권한과 역할 책임을 강화하고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며 가해학생은 엄중히 처벌한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더불어 학생들의 인성 및 체육·예술 교육을 활성화하고 폭력적 게임에 학생들이 중독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교육에 대한 열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데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은 원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배우고 몸에 익히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급속한 첨단정보사회에서 사실상 우리 아이들은 게임, 컴퓨터 등 매스미디어에 유괴되었다. 어릴 때부터 자연으로부터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했고, 생명사랑을 익히지 못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숲은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고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자연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성세대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과제다. 또한 인성과 창의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숲을 활용한 산림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숲에서 맘껏 뛰노는 아이들은 몸과 마음과 생각이 유연해진다. 보고, 만지고, 듣고, 느끼면서 발달된 오감은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성취감과 자립심이 생긴다. 숲에 대한 다양한 체험으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아이들의 왕성한 활동은 건강한 육체와 강한 정신력, 창의력을 키워준다. 숲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현장이고 스승이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소중한 산림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산림교육이 활성화되어 있다.

일찍이 숲 교육을 실시해 온 독일은 숲유치원을 정식 유치원으로 인정해 1000여개가 운영 중이고, 일본은 산림교육을 임업교육과 환경교육으로 구분해 시행한 지 오래다.

세계가 인정하는 녹화 성공국인 우리나라의 산림교육의 현실이 어떤지 생각해 볼 때다. 세계적 수준에 있는 우리산림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관심을 가지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올해부터 주5일 수업제가 시작되었고 지난해 제정된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7월부터 시행되는 등 본격적인 산림교육이 제도권에서 진행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었다. 산림청에서도 주5일 수업제를 대비해 1교1숲, 방과 후 숲 교실, 토요숲교실, 주말산림학교, 유아숲체험원 등 산림교육 확대를 올해부터 현장에서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고 있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 어려서 숲을 통해 체험한 생명사랑에 대한 기억은 평생의 가치관으로 정착할 확률이 높다. 사람이 숲을 가꾸지만 숲은 사람을 키운다. 결국 인성도 자연이 키우는 것이다.

지금 학교폭력이 문제라고 당장의 제재와 지도가 필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치유가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숲을 통해 가르치고 뛰놀게 함으로써 생명사랑을 키우는 것은 교육백년지계의 한걸음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치유의 일환으로 산림교육에 대한 활성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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