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험자인 초등학생과 그의 엄마를 함께 앞에 앉히고 선생님이 문제지를 학생에게 주면서 엄마에게는 절대 도와주면 안 된다고 주의준다. 감독을 하던 선생님이 잠깐 자리를 비우면 한국엄마는 거의 다 아이들의 문제풀이를 도와주고 심한 경우는 답까지 가르쳐 준다. 그리고 선생님이 돌아오면 아이들 스스로 푼 것처럼 시치미를 뗀다. 같은 상황의 실험에 참가했던 외국 엄마들 전부는 선생님 부재시 자녀에게 힌트나 답을 전혀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선생님과 한 약속을 그대로 지킨다. 한국엄마와 외국엄마의 자식교육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몰래 카메라로 촬영한 내용으로 일전에 EBS에 방영되었다. 과정보다는 몇점이냐, 몇등이냐의 결과가 중요한 우리네 교육문화를 여실히 반영한다.

맹자의 공손추 편에 나오는 말 알묘조장( 苗助長)의 고사성어를 교훈처럼 받아들이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알묘조장은 억지로 싹을 뽑아올려 싹이 자라는 것을 도우려 하지만 벼싹을 인위적으로 뽑아 올린 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은 벼가 모두 죽어 손해를 보게 된다는 뜻이다. 이익에만 급급해 순리와 양식을 버리고 억지로 일을 추진하지만 그 서두름이 도리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을 일컫는다. 교육에도 인내가 필요하고 그 인내를 견딜 줄 알아야 참다운 교육이 실천되는데 내버려 두지 못하는 부모를 질타할 때 인용된다.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에서 2월은 마무리와 새출발을 겸한 달이다. 공부해 온 결과와 당락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한번 더,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의 터닝을 시도해야 하는 잔인한 달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2월에는 행정 사법 회계사 등 각종 국가고시 일차시험이 치러진다. 대학입시발표가 끝나고 재수생으로 야무진 각오를 실천하기도 한다. 청년들이 많이 출석하는 교회에서는 실패에도 굳건히 설 수 있는 용기를 주제로 잦은 설교가 이뤄지는 달이기도 하다. 내일은 3월 첫날, 어떤 위치에서든 새 도약의 첫 단추를 꿰는 날이다. 박노해 시인의 시구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로 실패를 경험했던 자녀와 그의 부모들을 격려한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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