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호

강원테크노파크 행정지원실장

전 인제부군수

아마추어 마라토너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터널을 개통되기 전에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강원도청 마라톤 동호회 결성멤버로 2000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그동안 출전한 국내외 대회는 10㎞ 22회, 하프코스 31회, 풀코스 24회를 완주하였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2001년 11월 18일 열린 ‘영동고속도로 대관령구간 개통 기념 마라톤대회’와 2001년 12월 9일 개최된 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 개통기념 마라톤대회’출전 추억이다.

해외 마라톤으로는 마라톤 마니아들이 제일 참가하고 싶다는 2006년에 열린 ‘제110회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아내와 함께 참여해 60여만명의 보스턴 시민들이 연도에 나와 열렬히 응원했던 추억을 잊을 수 없다. 올해 33년의 공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향 강원도에서 국내 최장 배후령 터널을 개통하기 전에 달릴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느 마라톤대회보다 값진 역사적인 추억이 될 것이다.

배후령 터널 개통 마라톤대회 참가를 앞두고 대관령 터널 마라톤과 죽령 터널 마라톤의 추억을 회상해 본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마라톤 구간은 해발 46m인 강릉톨게이트에서 해발 800m의 대관령 정상까지 7개의 터널과 33개 교량으로 이어진 21.9㎞ 구간으로 아흔아홉 굽이 고갯길을 머리에 이고 개통된 터널로 영서와 영동을 넘나들던 추억을 떠올리며 달리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했다. 강원도청에서는 마라톤을 즐기는 10명의 동료와 함께 참가하였다. 2001년 당시만 해도 마라톤은 대중스포츠라기 보다 일부 특정인들이 하는 운동으로 인식되었던 시절이었다.

비록 하프 마라톤이었지만 대관령구간은 계속되는 오르막길과 세찬 바람 때문에 달리기를 하며 겪는 피로는 풀코스 이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기쁨과 감격은 그 어느 대회보다도 진하게 밀려왔다. 대회를 마친 후 경포의 한 횟집에서 참가자 10명이 모여 강원도청 마라톤 동호회 결성을 다짐하여 오늘의 ‘강원도청 마라톤 클럽’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대관령 관통 마라톤대회는 그 어느 대회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구슬땀을 흘리며 달리는 동안 진정 강원도가 하나되는 통합의 터널임을 실감하며 강원도의 발전을 염원하는 강원도민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대관령 마라톤대회가 끝난지 보름 남짓 후에 열린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을 연결하는 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은 4.6㎞로 국내 최장 터널의 기록을 배후령 터널에 넘겨주게 되었다. 당시 한국도로공사가 마련한‘죽령터널 개통기념 왕복마라톤대회’는 영주 방향의 터널입구에서 출발해 단양 쪽 터널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10㎞로 약 1500명이 참가했다. 터널을 달리는 동안 아름다운 소백산맥의 풍경은 볼 수 없었지만 1500명 참가자의 거친 숨소리와 함성, 발자국 소리가 합창으로 메아리 되어 울려 퍼져 일반 마라톤 코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짜릿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마라톤이 끝나고 안동 무형문화재인 하회별신굿 탈놀이 공연을 뒤풀이로 보았는데, 그 옛날 탈을 쓰고 어떠한 시련과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고 평등과 자유를 꿈꾸던 선조들과 터널을 달렸던 마라토너들의 은근과 끈기를 떠올리며 공연을 보았다. 지금도 가끔 죽령터널을 지날 때면 그 때의 그 추억이 되살아나곤 한다. 이제 보름 후엔 우리 강원도 영서북부권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배후령 터널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을 기념하는 ‘2012 배후령 전국마라톤대회 및 건강달리기 대회’가 열린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 마(魔)의 고개로 불렸던 배후령이 터널로 개통되는 것은 단순한 토목공사의 의미를 넘어 강원도의 혈관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단장하여 강원도 발전의 힘찬 맥박이 더욱더 힘차게 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오는 3월 25일 춘천시 신북읍 배후령 터널 진입로에서 출발하는 ‘배후령 터널 개통기념 전국마라톤대회’는 평생 딱 한번 참여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욱이 나에겐 올해 공직을 마무리하는 시점이기에 남다른 감회와 추억이 될 것 같다. 새 봄을 맞이하여 국내 최장의 터널을 달리는 소중한 추억과 함께 참가자들 모두 달리는 동안 러닝하이(Running high)를 체험하고 기쁨을 만끽하길 기대한다. 이런 좋은 대회를 마련한 강원도민일보사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