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완

영월 사자산 법흥사 주지 스님

숲이 건강을 위한 공간으로 대중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산림청에서는 국민들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치유의 숲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산림청이 만든 치유의 숲은 경기도 양평과 전남 장성, 그리고 유리 강원도 횡성 등 3곳이다. 또 전남 화순 등 4곳을 더 만들 계획이다. 독일과 일본, 미국에선 숲 치유가 이미 오래전부터 활성화돼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숲 치료에 활용하는 병원 수가 300곳이 넘는다고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우울증 치료를 위해 숲이 그린 닥터로 애용되고 있는 것이다. 숲이 울창한 독일 바트 뵈리스호펜시는 인구가 1만5000명에 불과하지만 숲 치유 목적으로 연간 100만명 이상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고 하니 숲이 국민의 건강 기여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된다.

우리 법흥사도 숲길 조성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보이고 있다. 몽당연필(夢當緣必)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템플스테이는 숲길 걷는 것을 필수 코스로 지정했다. 명상은 앉아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걷는 것도 유익한 명상 방법 가운데 하나이며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효과도 없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고 돌아간 경험자들은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한결 성숙해졌다는 체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숲길을 따라 법흥계곡의 구름다리를 건너 적멸보궁으로 이어지는 법흥사 도량을 산책한다. 좀 더 여유가 있으면 산림숲과 법흥사 중간을 흐르는 법흥계곡의 돌바위에서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자정(自淨)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속세에 찌든 낙담과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린다는 것이다.

숲은 무욕(無慾)과 섭리(攝理)를 우리에게 일깨우는 가르침 역할도 한다. 산에 있는 사람은 바깥 세상의 욕심에 관심이 없다. 산에서는 지배할 대상도 없고 나를 움직일 대상 또한 없다. 굳이 돈을 들여 구해야 할 물품도 없다. 몸만 자연에 의탁하고 있으면 그로써 자연과 하나되어 행복한 순간일 뿐, 거추장스럽게 나를 치장할 이유가 없으니 말 그대로 자연인이다. 자연인이 무엇을 욕심내고 탐할 수 있으랴! 무심 무욕이므로 나 자신 그대로가 평온하다.

자연은 또 섭리를 가르친다. 가을에 자신의 몸을 그대로 버린 채 다시 거름이 되어 봄에 새로운 싹으로 태어난다. 거친 폭우를 맞고서도 화내거나 화풀이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으로 자신의 몸을 더욱 낮추어 뿌리를 깊게 할 뿐이다. 외환이 클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다.

옛날 수행자들은 이러한 산속 깊은 숲속에서 자연과 하나되어 큰 깨달음을 열었다. 숲속은 비록 적막의 세계이나 언제나 마음을 비우고 찾는 이들에겐 섭수(攝受)와 포용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선물했다. 시비와 갈등이란 말은 숲속에선 찾을 수 없는 용어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종단 불교문화사업단이 뭇 사부대중을 대상으로 숲 치유 템플스테이 대중 강좌를 열기로 한 계획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의학자들은 숲에 음이온이 풍부하다고 강조한다. 계곡이나 폭포 주변에서 나오는 음이온은 뇌의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신체를 평안케 한다는 것이다. 또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우리 몸에 들어가 생리 활성을 촉진해 마음이 안정되게 할 뿐 아니라 항염증과 항산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심폐 기능을 강화해 천식과 폐건강을 돕는다고도 한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숲길을 걷는 것을 생활화 해 보길 권한다. 아울러 숲 치유 강좌에도 적극 참여해 숲이 주는 이익을 함께 공부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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