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차복

서울대 국토문제연구소 박사

지난 수년 동안 도내의 원주, 홍천, 강릉 등지에서 골프장개발을 둘러싸고 개발업자와 지역주민, 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가 극심한 갈등을 빚어오고 있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는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과 산림생태계가 훼손되는 것을 반대하고, 개발업자는 적법한 인허가절차를 거쳐 건설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는 근본적인 해법의 모색보다는 당사자간에 물리력이 동원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진 후에야 수동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현실이다.

골프는 이제 국민레저로써 중요한 자리를 잡았고, 과거 특권층이 즐기던 사치스런 운동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많이 희석됐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증대의 효과를 얻는다는 점에서 골프장 개발에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골프장 개발을 무조건적 반대의 시각에서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은 다른 레저시설의 개발과 달리 매우 넓은 면적에 걸쳐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를 수반한다. 특히 강원도처럼 골프장부지가 주로 산지지형으로 이루어져있고 수목밀도가 높은 삼림지를 절개하여 전용해야 하는 경우는 개발로 인한 영향이 더욱 크므로, 환경보전가치와 개발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도내에서 골프장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골프장 부지의 환경보전가치에 대한 평가결과가 신뢰성을 얻지 못하는데 기인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내 골프장부지의 환경보존가치에 대한 평가는 지형적, 생태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더욱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객관적인 사전평가과정을 거쳐 골프장 개발이 허용가능한 부지로 인정받았더라도 불필요한 국토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의 유무도 검증되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장기적인 경제침체와 골프인구수의 정체로 상당수 골프장이 수익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외국투자자에게 헐값에 매각되거나 도산으로 영업을 중단한바 있다. 미래의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간과된 채 진행되는 골프장 과잉개발은 불필요한 국토환경파괴는 물론이고 지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점에서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런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현재 도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골프장의 경영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함과 더불어 향후 예상되는 골프장 방문인구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이를 기초로 일정기간에 걸쳐 개발이 허용될 수 있는 골프장을 총량제로 묶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골프장 개발업자가 객관적인 수요예측자료를 무시하고 개발허가를 요구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며, 또한 수익성이 떨어짐에도 단지 지가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리고 골프장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려는 업자들의 욕구를 사전에 봉쇄할 수 있다.

둘째는 골프장 건설부지의 생태가치에 대한 사전평가과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최근 도내에서 골프장건설을 둘러싼 갈등에서 주로 문제되고 있는 것이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과정에서 거치는 사전절차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이므로 적법절차의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평가과정에 이해당사자들이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토록하거나, 개발업체가 제출한 사전평가자료들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인허가를 위한 요식절차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강원도내에는 총 49개의 골프장이 영업을 하고 있고,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골프장이 23개, 인허가 절차에 있는 것이 11개에 이른다. 따라서 골프장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도내 곳곳에서 계속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도정책임자의 정책적인 결단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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