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대부분의 신문들이 뱀해(辛巳年) 운세를 실었다. 세계적인 변화를 예측한 내용도 있고 국가적 관심사를 그럴듯하게 펼쳐놓은, 말그대로 '아니면 말고'식 새해 운세는 독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끄는 읽을거리였다. 이미 '천기를 누설해' 언론의 조명을 받고 세상사람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은 역술인들의 새해 운세 풀이일수록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통일의 중요한 변수가 생긴다"느니 "경제운이 좋지 않아 당분간 경제난 그늘을 더 겪게 된다"느니….

개인적으로 새해 운세를 짚어보기 위해 점집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늘어났지만 젊은 층들은 인터넷으로 '사이버 점집'을 찾는다. 재미로 점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점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대개 삶이 고단하거나 앞길이 불안한 사람들이다. 이름난 점집과 사이버 점사이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삶에 지치고 내일 일이 불안한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또 있다. 불확실한 정국에 내 한몸 정치적 위상과 입지가 어떻게 달라질지 그게 답답하고 불안해서 은밀하게 점집을 찾는 정치인들과 고급관료들, 몸담았던 기업이 언제 망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봉급쟁이들, 적성을 뒤로 젖혀놓고 엇비슷한 점수대 찾아 눈치보며 원서를 넣은 입시생들과 그 부모들….

세상 일에 운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운에 앞서는 건 역시 사람의 성실한 노력이다. 그래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인간중심의 격언이 생겼다. 연말연시에 점집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세상이 그만큼 어지러워 정도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꼼수정치 변덕행정 힘의 논리가 판을 쳐 믿고 기댈 곳이 없는 세상이라 복채들고 점집 찾는 백성들의 부평(浮萍)같은 마음을 누가 헤아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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