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지구촌을 하나의 문화권으로 묶어버렸다. 그러나 이런 20세기말 '문화혁명'은 지역의 개성을 말살하고, 다양성을 단순성으로 바꾼다는 반성을 일게 했다. 결국 지구촌 결론은 지역 특수성을 보전하자는 데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올해는 '지역문화의 해'. 우리나라에서도 서울과 지방 사이의 문화격차가 점점 더 벌어져 가고 있고, 각 지방의 독특한 문화도 점차 소멸돼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반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의 문화계 키워드는 단연 '지역 문화'다.

이 해에 걸맞게 강원도가 산뜻한 문화정책 하나를 내놓았다. 문화적 가치 밖에서 뒹굴던 근대문화유산을 찾아 나섰다. 외래문물 유입기,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의 근·현대사 자국들을 찾아내 '문화재'란 이름을 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미 문화재가 된 횡성 풍수원성당, 원주 용소막성당 말고도, 철원의 일제 유적, 노동당사, 승일교, 고성 합천교 같은 해방공간의 건축물 등이 문화재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이런 정책은 "문화를 보는 지역의 눈도 이젠 꽤 밝아지고 있다"는 실증이어서 올 지역문화계의 꽤 기분 좋은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문제는 '지역문화의 해'의 '지역 근대문화유산 찾기'에 '지역문화 자치'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역의 문화전문성이 부족한 점은 인정하자. 그렇다고 지역문화정책기획에 중앙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면 또 다른 중앙집권형 지역문화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자칭 전문가들이 "나요, 나요."를 외치며 기웃거릴 텐데, 중앙이라는 옷을 걸친 그들을 놓고, 전문가와 '전문가인체 부류'를 가려낼 눈이 있으며, 그런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솔직히 그게 우려된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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