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강의원이 당에서 쫓겨나 여의도 샛강 바람부는 언덕을 떠도는데 형색이 외롭고 안색이 초췌했다. 한강에서 그물질하던 어부가 쪽배를 몰고 다가와 묻는다. 당신은 자민련 부총재가 아닙니까. 어쩌다 이꼴이 되어 겨울바람 차가운 강변을 헤맵니까. 강의원이 대답한다. 세상이 다 혼탁한데 나홀로 맑고 사람들이 모두 취했는데 혼자 깨어있다보니(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 그만 출당되어 이꼴이 되었구려.

어부가 딱하다는 듯 이렇게 또 묻는다. 쌀 서되를 꾸어왔던 겉보리 서말을 꾸어왔던 가난에 찌든 집 줄줄이 달린 식구 당장 주린배를 채우면 그만이지 정도(正道)냐 사도(邪道)냐 꼬치꼬치 따지면서 넝쿨째로 굴러들어온 호박을 걷어차니 굶주린 식구들이 눈 부릅뜨고 주먹 불끈 쥐며 발굴러 내쫓는게 당연지사 아닙니까. 강의원이 고개들어 혼잣말처럼 웅얼거린다. 새로 머리 감은 사람은 관을 털어서 쓰고 목욕하고 나면 옷을 털어 입는 법(新沐者必彈冠 新浴者必振衣), 그래도 명색이 자유와 민주를 외치는 정당인데 겉보리 서말에 온 식구가 희희낙낙해서 자존심 부끄러움 헌옷 벗듯 내던지고 야합의 흙탕물로 개처럼 뛰어드니 오늘 하루 허기 면하고 내일 굶어죽자는 거와 다를 게 뭐 있겠소.

어부가 픽 웃으면서 배 바닥을 두들기며 목청 높여 노래를 불러댄다. 한강 물이 맑으면 손도 씻고 세수도 하며 그 물 떠서 라면을 끓여도 괜찮겠지, 지금처럼 흐리고 썩은 물엔 발이나 씻으면 되는 거고. 천지에 홍진(洪塵)이 가득해서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운데 내일 일을 근심하고 다음 시대를 가늠하려 하다니. 어부가 배를 몰고 가버리자 강의원이 탄식한다.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더럽고 치사한 처가살이 걷어치우고 마이웨이를 외칠텐데. 선양비낀 여의도 하늘에 새떼의 날개짓 소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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