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에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란 책을 낸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 씨는 한 신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영웅을 키우지 못하는 풍토" 어쩌구 하며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은근히 겁났는지 "한국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애정을 느끼는 일곱 가지 이유를 한국인이 "인정 많고, 머리 좋고, 대범하고, 자존심 세고, 믿음 강하며, 뚝심이 있기 때문"이라 밝혔다.

그리고 한국을 좋아하는 마지막 한 가지는 '열심히 공부하는 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의 높은 교육열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교육열을 효과적으로 살려야 한다"고 조언하기를 마다 않았다. 작년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를 보니, 외국인의 눈에 비친 그대로 과연 우리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공부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고등학생은 평일 하루의 42%인 10시간 7분, 중학생은 8시간 2분, 초등학생들도 7시간 20분을 학습하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통계조사를 보면서 불연 떠오른 생각 하나는 이들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며 오랜시간을 의자에 앉아 있을까 하는 점이다. 키는 커졌는데 학교의 책상과 의자는 한 세대 전의 그것과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롱 다리를 책상 밖으로 내놓고 긴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고통 속에서 하루 수십 시간씩 공부해야 했으니 불편함뿐 아니라 체형이 이상하게 되지 않을 수 있었겠나.

유럽 최고의 키다리 국가인 네덜란드의 그로닝겐대학은 학생들의 체형에 맞게 최근 강의실 좌석 간격을 넓혔다고 한다. 우리도 진작에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학생용 책상과 의자를 대폭 크게 했다고 한다. 숨가쁘게 달려오느라 미처 조절하지 못한 한국사회의 부조화 하나가 고쳐지는 순간이다.

李光埴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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