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폭설로 고속도로가 마비되고 축산농가 시설농가들이 엄청난 재산피해를 보았는데 쌓인 눈이 녹기도 전에 또 눈이 내린다. 쌓인 눈 위에 또 눈이 쌓여 그야말로 백설이 만건곤(白雪滿乾坤)이다. '산에는 새 한마리 날지 않고 길마다 인적이 끊어진' 눈의 나라 눈덮인 땅에서 때때로 들리는 '나무 꺾이는 소리'가 둔탁하다. 잿빛 하늘에서 하염없이 쏟아져내리는 눈이 세상을 온통 흰색으로 덮는다.

"이것이 누구의 숲인지 알 것 같다.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내가 여기 서서 그의 숲이 눈으로 덮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줄은 모를꺼야. 내 작은 말은 이상하게 여길꺼야. 농가 하나 보이지 않는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내가 서있는 것을. 일년중 가장 어두운 이 저녁에. 말이 방울을 흔들어 뭔가 잘못된게 아니냐고 묻는 것 같다. 스쳐가는 바람소리와 솜털같은 눈송이 사뿐히 내려앉는 소리 뿐. 숲은 어둡고 깊어 아늑하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잠들기 전 몇 마일을 더 가야 한다. 잠들기 전 몇 마일을 더 가야 해."(로버트 프로스트, 눈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대관령 고갯길 석자가 넘게 쌓인 눈속에서 자동차들이 얼어붙고 그 자동차 안에서 추위와 허기에 지친 사람들이 눈길에 집떠난 일을 후회하며 고통을 당하고 있는 시간 이 나라 최고 지도자들은 수의 정치 힘의 정치를 이끌어가기 위해 노변정담(爐邊政談)을 나누고 있었다. 눈에 막힌 길을 뚫고 눈 속에 갇힌 민생을 돌봐야 할 높은 사람들은 창밖에 쌓이는 설경을 바라보다가 아차하며 옷 갈아입고 출근해 뒤늦게 비상대책을 세우느라 허둥거리고. 된통 혼이 난 건교부가 "앞으로 눈이 10cm 이상 내리면 산간지역 도로를 통제해 제설작업을 마친 후 개통하겠다"다는 사후약방문을 내놓은 것도 허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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