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는 이제 민통선 새가 됐다. 국립환경연구원과 한국자연정보연구원은 최근 DMZ 인접지역 12개 장소에서 조사한 우리나라 월동 독수리 수를 837마리라고 밝혔다. 경기도 파주 두지리 300마리, 철원 토교저수지 227마리, 양구 방산 170마리 등…. 약 300∼400마리 정도 될 것이라던 추정치 보다 훨씬 많은 독수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민통선 일대에 독수리가 출현한 것은

93년 12월 14일 오후 3시 40분 화천 사창리. 81년 한반도에서 마지막으로 독수리가 발견된 이래 12년만의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진객은 너무 오랜만의 방문이면서도 '추락'하고 있었다. 미루나무가지에 매달려있던 독수리는 어이없게 검은 빨래가 떨어지듯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17일 오후 3시 30분께는 화천 명월리에서, 이듬해 1월 26일 오후 2시엔 철원 사방지리에서, 이틀 후 28일 오후 2시 30분께는 연천 백석동에서, 29일 오후 1시께는 철원 화지리에서 역시 굶주려 탈진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사람의 보호를 받다 자연으로 돌아갔다. 해코지하기커녕 포식시켜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독수리 살기 좋은 곳'이라고 소문이 났던 것일까. 탈진해 추락하기를 번복하면서도 독수리 떼는 민통선 일대에 10여 년을 공들여 자신들의 '겨울 나라'를 만들었다.

벼르고 벼르던 道접경지역 종합계획 용역이 드디어 이 달 안에 발주된다. 이 계획을 심의할 접경지역정책심의 위원회도 구성됐다. 민통선일대 개발에 초점이 맞춰질게 분명한 그 계획 속에는 '독수리 겨울나라'도 포함될까, 안될까. 그리고 그런 자연의 얼개가 그 계획의 심의 대상이 될까, 안될까. 혹시 '라이언 킹' 따위의 동물의 왕국을 보려면 TV나 켜라고 하진 않을까. 알면서도 요즘 그런 질문을 할 사람이 많다.


咸光福 논설위원
hamlit@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