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사진의 묘미는 끈적끈적 손끝에 묻어날 것 같은 현장감이다. 덧붙인다면 시사성과 풍자성일 것이다. 작년 겨울 '죽음으로 남긴 20세기의 증언'이란 주제로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퓰리처상 사진대전의 잔영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는 것은 사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세상 읽기'를 그 전시가 유감없이 발휘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6·25 당시 부서진 대동강 다리를 건너는 피난민 행렬, 1972년 월남전 때 폭격 받은 화염의 거리를 질주하는 발가벗은 소녀, 1986년 미국 필라델피아 거리의 노숙자들 사진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들이었으며, 한 장 한 장 이들 사진은 20세기 현대사의 현장을 여과 없이 재생하고 있었다.

기록적인 '폭설과 강추위'의 2001년 겨울을 담은 보도 사진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관령의 '폭설고립'에서부터 '멧돼지 일가의 폭설 탈출', 도심을 마비시킨 '살인추위' 등 제목만 붙이면 그대로 작품일 것들이다. 81년 1월 5일 양평 -32.6℃, 충주 -28.5℃, 홍천 -28.1℃, 제천 -27.4℃, 이천 -26.5℃ 등 최저기온 극값이 수립됐었다. 이날은 소한 전날. "대한이 소한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죽었다"는 속담을 패러디한 듯, 한 일간지의 황급히 길을 떠나는 수건 쓴 한 아낙의 '양평식 패션'이 시선을 붙들었었다. 철원 -27.6℃, 홍천 -25.8℃, 춘천 -24.5℃, 서울 -18.6℃ 등 11년만의 강추위가 기록된 15일 아침, 그 때처럼 일간지 사진 한 장이 오래 시선을 붙들었다. 새해 벽두부터 동태꼴이 된 요즘 정치를 패러디한 듯, '얼어붙은 한강' 사진 속엔 얼음장너머 국회의사당이 떨고있었다. 얼어붙어 있었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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