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 고교가 재학생들을 뉴스호스텔에 합숙시키면서 과외수업을 해 온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고등학교 1, 2 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현행법을 어긴 나쁜 선례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좋은나 이렇게 법을 어기고 '과외겨울캠프'까지 열 일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 때문에 법망을 피하여, 남의 눈을 속이고 이토록 열심히 과외수업을 하는가?

주문공(朱文公)의 '권학문(勸學文)'은 "오늘 배우지 않아도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아라 / 올해 배우지 않아도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아라 / 날과 달은 간다. 나로 하여 늦추지 않나니" 하며 청소년들이 젊었을 때 촌음을 아껴 부지런히 배우길 힘쓰라 노래하고 있다. 주자(朱子)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까닭으로 '지식을 통달하여 사물의 이치를 알고자 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백락천(白樂天)은 조금 다르다. "밭이 있어도 갈지 않으면 곳간은 비리라 / 책이 있어도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은 우매하리라 / 곳간이 비면 세월을 지내기 구차하고 / 자손이 우매하면 예의에 성기리라." 백락천의 '권학문'은 교양을 농사에 비유했다. 그의 학문의 목적은 생계와 교양인가? 그렇다면 주자적(朱子的) 주지주의(主知主義)에서 한 걸음 현실로 내려온 것이다.

진종황제(眞宗皇帝)의 '권학'은 보다 노골적이다. "집을 부유하게 하려고 논밭을 살 것 없도다 / 글 가운데 스스로 천종(千鍾)의 속(粟)이 있는 것을." 공부하는 까닭이 재물 얻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공부하여 입신출세하면 고당(高堂), 황금의 집, 차마(車馬), 얼굴이 옥 같은 여인 등등이 스스로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고교 합숙과외는 과연 무엇 때문인가? 주문공 백락천 진종황제 모두를 아우른 이유인가? 아니, 주자적 순수주의는 빼야 하는가?

李光埴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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