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과 추분의 기온이 비슷하다고 알고있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중부지방의 춘분 평균 기온은 6℃, 추분은 20℃ 정도여서 추분 때가 무려 14℃ 이상이나 높다. 그런데도 두 절기의 기온이

크게 다르지 않게 느끼는 것은 인체의 기후순응 능력 때문이다. 추위에 익숙해지며 한 겨울을 났기 때문에 기온이 조금 올라도 따뜻하게 느끼고, 한 여름을 보내면 더위에 익숙해져 기온이 조금만 내려가도 서늘하게 느끼게 되는 이치다.

'동란(冬亂)'을 겪었다. 삼한사온을 믿었다가 1주일 동안이나 '그제보다 어제가, 어제보다 오늘이 더' 식으로 점점 더 기온이 떨어지는 장대추위에 온 세상이 동태 꼴이 됐었다. "까치가 얼어죽었다"는 말은 들어봤다. 그러나 "소가 얼어죽었다"는 말은 없다. 그런데도 한국의 동토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철원에서는 수십 마리의 소가 얼어죽었다. 바로 이 추위에 기후순응을 한 결과일 것이다. 18일 아침 '-14℃의 춘천'은 너무 포근했다.

이번 '동란'을 신문과 방송이 샅샅이 뒤져내며 '생중계' 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끝내 한 군데는 찾아내지 않았다. 축사에서 소가 얼어죽는 추위였다면, 축사만도 못한 거처에 의지하는 사람들의 이번 추위 체감온도는 몇 도였을까. 즉, 물과 연탄이 두절된 산동네의 고립, 보일러와 수도 동파로 집에서 쫓겨난 신종 '이재민'들의 여관·여인숙 잠자기, 이 추위에 노숙자들은 어떻게 지낼까, 밥상공동체는 가동되는지, 그리고 양로원 고아원 난방은 잘 되는지 등 이런 것들은 별로 뉴스 감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자가 찾아가는 곳은 사회적 관심이 찾아가는 곳이다. 사회적 관심이 그런 데를 외면했다면 아마 이 사회의 세상순응 결과일 것이다. 요즘 정치판에 열 받은 국민적 스트레스로 세상의 관심은 '온통 정치인 욕하기'에 가있으니까.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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