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다. 이제 정말 말 그대로 신사년(辛巳年)이 시작되는 것이다. 옛날엔 정초를 뭐라 불렀을까. '혜홍(惠洪)'이란 책에 "원조희견설(元朝喜見雪)"이라 한 것 그대로 올해의 첫날 하고도 아침엔 지난 번에 내려 아직 녹지 않은 흰눈을 볼 수 있어 새해다운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만큼 새삼스레 한결 다른 감상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될 것 같다. 동양 고전에선 이렇게 정월 초하루를 원조(元朝)라 했다.

'예기(禮記)'에는 무슨 일이 있으면 "택원신(擇元辰)"한다 했는데, 이 원신은 길일(吉日) 즉, '좋은 날'이라는 의미이지만 동시에 정월 초하루를 뜻하기도 했다. '서경(書經)'은 정초를 "월정원일(月正元日)"이라 하고 있다. 정초를 나타내는 원자(元字) 계열의 어휘로 이것 말고도 원삭(元朔) 원단(元旦) 등이 지금도 쓰인다. '후한서'는 이와 달리 세단(歲旦)을 쓰고 있고, '사기(史記)'에서는 "한개력이정월위세수(漢改曆以正月爲歲首)"에서처럼 세수(歲首)란 말이 보인다. 한나라 때 비로소 지금처럼 정월 초하루를 일년의 시작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세자(歲字) 계열로 세초(歲初) 세신(歲辰) 등이 연두(年頭)와 연시(年始)의 의미로 사용됐다.

그러나 우리는 유독 '설'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왜 정초를 설이라 했을까? '몸을 사린다'의 '사리다'에서 '살'이, 그것이 다시 '설'로 변하게 됐다는 설(說)이 있는데, 그렇다면 '설'은 근신(勤愼)한다는 의미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처음 며칠 동안 조심하고 삼갈 일이다. '내훈(內訓)'엔 "다삿 서레(다섯 살)", '두시언해'엔 "세 설(세 살)"이 있으니, 이것들이 '설'로 굳어졌다면 '설'은 '세(歲:나이)'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설은 나이 한 살 더 먹는 날이니 나이답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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