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거주지를 이동하는 동기를 '기원지의 조건이 좋지 않기 때문'인 배출요인과 반대로 '목표지의 조건이 좋기 때문'인 흡입요인으로 분류한다. 더 구체적으로 따지면 직업과 소득에서 이득을 얻으려는 경제적 요인, 문화시설, 교육, 종교 등 보다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하는 문화적 요인, 인구 정책에 의한 정치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4∼5세기의 게르만족(族), 핀족(族), 7∼8세기의 노르만인(人)의 대이동, 17세기 초 아메리카 대륙의 청교도 이동 그리고 미국·캐나다의 서부 개척사, 러시아의 시베리아 개발사, 중국의 둥베이(東北) 이주사 속에 나타나는 인구이동 동기도 근간은 경제, 문화, 정치적 요인 때문이다.

한국의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인구이동은 사민(徙民)이다. 사민의 사전적 의미는 '백성을 이주시켜 국토를 개척하는 정책 이주'. 사민정책은 조선조 세종이 여진족을 몰아낸 후 1434년부터 6진을 개척하기 시작하며 남방의 백성을 이주시키는 것으로 절정을 이룬다. 그러나 이 보다 5세기 전 이미 궁예는 청주인 1천 호에 대한 '철원사민'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학자들은 당시 1천 호의 인구를 최고 1만 5천 명까지 추산하고 있다. 이 대규모 인구가 허허벌판인 철원 땅을 찾아가게 한 흡인요인은 무엇일까. 어떤 이들은 마진국의 도읍인, 즉 수도시민이 된다는 긍지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두고두고 수수께끼다. 이들 철원사민인 청주인들이 904년에 완성했던 궁예도성지를 남북한이 공동으로 발굴조사하는 문제가 철원군에 의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DMZ 안에 잠들어 있는 천년 전의 황성옛터를 세상에 내보이겠다는 자체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만한 사건이다. 비로소 수수께끼가 풀릴 것도 같다. 철원은 처음부터 그런 인구 흡인요인이 잠재해 있는 땅이다.


咸光福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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